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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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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빈 깡통이 요란하다- 김시탁(시인)

  • 기사입력 : 2024-01-24 19: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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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란한 것들은 시끄럽기만 하지 실속이 없다. 때깔이 고와 군침이 돌지만 정작 먹어보면 아무 맛이 없으니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빈 깡통 굴러가는 소리만 요란하다. 겸손 같은 건 엿 바꿔 먹었는지 상대방을 무시하고 폄훼하고 안하무인이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정치인이 되었을까 의아스럽지만 그 사람을 찍은 유권자가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어쩌면 그 유권자도 찍은 손을 망치로 뭉개 버리고 싶을는지 모른다. 입만 열면 국민이고 국민의 대표다. 국민을 입에 바르고 국민의 대표를 혀 안에 감아도 정작 국민의 편에 서서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하고 헌신하는 진정한 모습은 스님 머리에서 상투 찾기다.

    선거가 다가오자 공천 때문에 영혼까지 팔아치운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본질을 파악해서 재발 방지나 대책을 강구하기보다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프레임 씌우기에 바쁘다. 사진 찍고 인터뷰하면서 자기 생색이나 내다가 카메라 앞에서는 어떻게 그런 표정이 나오는지 사극의 최수종이 저리 가라다.

    단체장이나 심지어는 동네 이장을 뽑는 선거도 요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게 자신이 옳고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자만과 아집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자기 주장만 펼치는데 거기에 동조하면 동지요 반대하면 적이다. 상대방은 무능하고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게거품을 물고 침을 튀기니 가까이 있는 사람은 우산이라도 받쳐야 할 판이다. 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데 인색하고 본인만이 능력자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도 제시해서 지혜롭고 합리적인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면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는 건전한 생각과 반듯한 언행과 참신한 용기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뜬구름 잡는 거창한 공약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실행 가능한 공약이 중요하다. 말로써 사람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남을 젖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강물에 몸을 던져야 하고, 불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제 몸에 시너를 끼얹고 과감히 불을 댕겨야 하는 것이다. 나서서 일하는 사람은 잘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 좋은 소리만 듣지 못하니 기대조차도 사치다. 더군다나 잘못하면 여기저기서 지탄을 받고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다. 칭찬에 들뜰 일도 없지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다 하여 기죽을 일도 없다. 그 정도 자신 없으면 애당초 나서지 말아야 한다.

    리더의 길은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더 많은 까닭에 한눈팔면 넘어진다. 몸을 추스를 틈도 없이 난관은 오고 그때마다 냉철하게 내려야 할 결정은 고독하다. 그 결정으로 파생되는 책임까지도 부담이란 지게로 어깨에 짊어져야 한다. 굴곡 있고 가파른 길을 가는 일이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바다에 당도해서도 파도에 귀때기를 얻어맞는다. 그러니 요란 떨거나 감투 욕심에만 혈안이 되지 말고 가슴에 손을 얹고 감당될 때 손들고 나서라. 과(過)는 자신에게, 실(實)은 유권자에게 돌려주는 신선한 다짐은 훈훈하고 아름답다. 그렇게 신중을 기해도 여전히 돌발사태는 오고 시행착오는 겪는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굳건하며 박달대게처럼 속이 꽉 찬 사람은 소리를 내지 않아도 내공에서 빛이 난다. 본인의 무게가 궁금하면 밤중이라도 스스로 저울대에 올라 보면 안다. 유권자가 그어놓은 희망이란 눈금까지 저울추가 올라가지 않으면 그냥 조용히 내려와 소나 열심히 키우는 게 낫다. 유권자가 매의 눈이 된 것은 제발 나서지 말아야 할 함량 미달 인간들에게 너무 지쳤기 때문이다.

    김시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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