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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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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13) 백락일고(伯樂一顧)

- 백락(伯樂)이 한 번 돌아본다. 사람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 알아보고 발탁하다

  • 기사입력 : 2024-01-23 0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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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천하에 말을 잘 알아보는 백락(伯樂)이 있었다. 원래 이름은 손양(孫陽)인데, 백락으로 더 이름이 나 있다. 하늘에서 말을 주관하는 별이 백락이다. 일설에는 그의 자(字)라고도 한다.

    당(唐)나라 문학가 한유(韓愈)가 지은 ‘잡설(雜說)’이라는 글에, “세상에 백락이 있은 그런 뒤에 천리마가 있다. 천리마는 늘 있지만, 백락은 늘 있는 것은 아니다.[世有伯樂, 然後有千里馬. 千里馬常有, 而伯樂不常有.]”라는 구절이 있다. 천리마도 백락을 만나야 알아줌을 입어 천리마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지,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소금 수레나 끌면서 보통 말보다 못하다고 천대를 받으며 지낸다.

    초(楚)나라 왕이 천리마(千里馬)를 구하고 싶어 말을 잘 알아본다는 백락을 불러 그 일을 맡겼다. 백락이 천리마를 구하려고 좋은 말이 나는 연(燕)나라 조(趙)나라 지역을 두루 다니며 찾아도 찾지 못했다. 어느 날 제(齊)나라에서 소금 수레를 끄는 말을 보고 직감적으로 천리마임을 알았다. 헐떡거리며 힘들게 고갯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백락이 가까이 가자 그 말은 자기를 알아달라는 듯 고개를 들더니 히잉 하고 큰 소리로 울었다. 자세히 보니 정말 얻기 힘든 천하에 제일가는 천리마였다.

    말 주인에게 팔라고 했더니 두말 않고 허락했다. 말 주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일도 못하면서 먹이만 많이 먹는 마음에 들지 않은 말이었기에 팔아먹을 데가 없을 줄 알았는데, 어떤 얼간이 같은 사람이 좋은 값으로 산다 하니, 얼른 팔았다.

    백락이 초나라로 돌아와 천리마라고 바치니, 초나라 왕은 모양이 형편없는 야윈 말을 천리마라고 하는 것을 보고 자기를 우롱한다고 화를 내었다. “당신이 말을 잘 본다는 이름이 크게 있기에 천리마를 구하라고 했더니, 걸음도 옳게 걷지 못하는 저 따위 말을 구해 오다니? 어떻게 전쟁터에서 달리겠소?” “대왕! 정성 들여 반 달만 잘 먹여 보십시오”라고 백락이 간청했다. 과연 그 말은 나중에 천하에 이름난 천리마가 되어 여러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

    세상에 천리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야 천리마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천리마이면서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 해 소금 수레나 끌다가 죽는 말도 부지기수다. 반면에 천리마인 줄 알고 뽑았는데 보통 말도 안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말을 알아보기 어렵지만, 사람은 알아보기가 더 어렵다. 교묘한 말과 위장술로 사람의 판단을 혼돈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발탁되는 인재도 있지만, 발탁해 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한평생을 불우하게 보내는 사람도 있다.

    세상은 사람이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당에서는 인재 영입과 공천으로 바쁘다. 이런 때일수록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특별한 신통한 방술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당이나 개인보다는 국가 민족을 중심에 둔 판단에 의하면, 크게 잘못되지는 않을 것 같다.

    * 伯: 맏 백. * 樂: 즐거울 락. 풍악 악.

    * 一: 한 일. * 顧: 돌아볼 고.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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