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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재소환의 기술- 김영선(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23-12-14 19: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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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K팝의 인기는 여전했다. 다양한 가수들이 좋은 음원을 발매하며, 우리의 귀를 즐겁게 했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최근 유명 연예 기획사 대표이자 인기 가수가 신곡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 특유의 복고풍 감성을 살린 이 노래에는 실제 그 당시에 활동했던 대표적인 여가수가 함께 안무에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앨범 사진과 패션, 뮤직비디오까지 모두 그 시대의 감성을 표현했다고 하니 최근 유행하고 있는 70년대 말 배경의 영화와 함께 그 당시의 추억과 역사를 소환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전 세계적인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국내 5인조 걸그룹은 90년대의 Y2K(20세기 말) 패션을 재소환하고 있다. 긴 생머리, 야구 점퍼, 카고바지, 비니 등으로 ‘하이틴’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그 시대 감성을 떠올리게도 하고 있다.

    음악처럼 과학 기술에도 재소환 사례가 있는데, 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소개하고 싶다. 바로 1948년에 발표된 ‘샤논 한계(Shannon Limit)’라는 것이다. 디지털 통신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오류 없이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전송 속도(bps)를 수학식으로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구체적인 구현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962년,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를 다니던 갤러거(Gallager)라는 학생이 박사 학위 논문에서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LDPC(Low Density Parity Check, 저밀도 패리티 검사) 부호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컴퓨터나 반도체의 발전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제로 구현할 수 없었기에 이론적인 논문으로만 묻혔다.

    다시 34년이 지난 1996년, 컴퓨터와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던 시기에, LDPC 부호는 재조명되었고 위성 방송과 휴대 인터넷, 휴대전화 통신 등의 ICT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었으며, 현재의 5G 이동 통신 기술에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결국 90년대의 ICT 개발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50여 년 전의 이론과 기술들을 재소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ICT 분야의 과학 기술자들은 인공지능(AI)이나 지속 가능한(Sustainable) 기술 등과 관련된 연구개발(R&D)에 몰두했었다. 그 결과 중 일부는 경제적 효율성이 낮은 것도 있고 일부는 과학 기술의 발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 대신, 오래된 서적들을 정리하며 또는 신기술을 제안한 최초의 논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재소환될 수 있는 기술을 찾아보는 데 남은 2023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영선(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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