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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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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이러면 좀 나아지려나- 차상호(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3-12-13 1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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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에 확 띄는 기사를 읽었다. 한 경제지에 일본 이토추 상사(ITOCHU Corporation)의 사내 합계출산율이 10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알다시피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말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출생아 수가 통계를 작성한 198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만7000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981년 누적 출생아 수는 65만명을 넘었지만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은 0.7명이다. 출생아 수가 채 1명이 되지 않는다. 갈수록 그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더욱 비관적인 것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다시 이토추 상사 이야기로 돌아가 해당 경제지에 따르면 이렇게 이토추 상사 직원들의 합계출산율이 불과 10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이토추 상사는 매일 오전 6시 30분에서 8시에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계열사인 훼미리마트(편의점)의 메뉴들이다. 이렇게 아침을 제공하는 것은 근무시간의 변화 때문이다. 이른바 ‘아침형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야근 대신 다음 날 새벽에 일찍 출근해 업무를 마무리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오전 5~8시에 근무하면 심야 근무로 인정해 일반 야근 수당의 1.5배를 지급한다. 야근 수당도 시급보다 많을 텐데 그보다 더 준다는 것이다. 5시에 출근하면 오후 3시면 퇴근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어찌 보면 유연근무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아침형 근무제도를 택한다고 한다. 오후 3시든 4시든 저녁 시간이 여유롭긴 마찬가지이고 출퇴근 러시아워에서도 해방될 수 있으니 이래저래 직원들 입장에서는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수당을 많이 주고, 아침까지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회사의 전체 비용은 오히려 6%가 줄었다. 잔업수당과 야근 택시비가 줄어든 덕이다. 또한 10여 년 동안 이토추 상사의 노동생산성은 5배 이상 늘었다. 주가도 7배 넘게 올랐고, 직원 평균 연봉 또한 1254만엔에서 1830만엔으로 올랐다.

    무엇보다 합계출산율이 3배 이상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뜻밖의 효과인 것이 정작 이토추 상사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조치였는데 제도를 시행하다 보니 일과 육아가 양립할 수 있게 된 덕분으로 해석된다.

    인구 100만명을 기준으로 하는 특례시. 비수도권 중 유일한 창원특례시는 훨씬 더 위기감이 크다. 2010년 창원과 마산, 진해가 통합했을 때만 해도 통합창원시의 인구는 109만명이 넘었지만, 현재 인구는 101만명을 조금 넘는다. 물론 특례시 기준 인구에는 외국인 인구까지 포함한다고 돼 있어 2만명 가까운 외국인을 포함하면 지금보다는 낫겠지만 그것도 장담할 수만은 없다. 창원시에는 이미 인구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지만, 내년부터 그 안에 외국인 주민팀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이토추 상사 같은 제도를 우리나라 기업 혹은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도입한다고 같은 효과가 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인구정책으로는 세금만 들이고 백약이 무효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효과만 있다면야 어떤 제도든 도입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차상호(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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