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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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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07) 광개언로(廣開言路)

말이 통하는 길을 널리 열다

  • 기사입력 : 2023-12-12 0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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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옛날 선비들의 상소(上疏)에서 가장 자주 하는 건의 가운데 하나가 ‘언로(言路)를 여십시오.[開言路]’였다.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 말이 통할 길을 열라는 것이다. 말이 통하는 길은 사람의 핏줄과 같다. 핏줄이 막히면 사람이 죽듯이 언로가 막히면 나라가 망한다. 그래서 조선 중기의 학자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 선생은 선조(宣祖) 임금에게 “언로가 열리면 나라가 편안하지만[言路開, 則國家安] 언로가 막히면 국가가 위태롭습니다[言路塞, 則國家危]”라고 말했다.

    중국 고대에는 언로를 담당하는 관리를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모든 신하가 건의를 다 할 수 있었다. 관리뿐만 아니라 농부나 장사나 길 가는 나그네도 건의할 수 있었으니, 모두가 언로를 맡은 사람이었다. 건의가 잘 안 되니까 한(漢)나라 이후로 전문적으로 언로를 담당하는 간관(諫官)이라는 것을 설치하였다. 이는 이미 언로가 좁아진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역대 임금들은 간관들의 건의나 지적사항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면하거나 귀양 보내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옛날의 간관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바른 말을 했다.

    조선시대에는 그래도 모든 국민들이 다 임금에게 상소할 수 있었고 조정에는 임금에게 건의하거나 충고할 사간원(司諫院), 사헌부(司憲府), 홍문관(弘文館) 등의 기구를 두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임금에게 건의하고 충고할 장치가 되어 있었다.

    지금의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 기자회견을 가장 안 하는 대통령인 것 같다. 취임 이후 공식적인 기자회견은 한 번도 안 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나라에 큰 문제가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다. 역대 대통령들과 연초에 한 번쯤은 기자회견을 했는데, 윤 대통령은 금년 초 기자회견 대신 조선일보와의 대담으로 대신하고 말았다.

    지난 11월 28일, 2030년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갔다. 박빙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에 119표 대 29표로 참패하였다. 외교력과 정보력이 형편없다는 증거다.

    10월 11일 치른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참패를 당했다. 그 후보를 낸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한다. 검사 출신인 대통령이 검사 출신을 너무 많이 쓴다고 말이 많은데, 또 방송통신위원장에 그 분야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검사 출신 인사를 지명하였다.

    대통령이 여론을 잘 파악하지 못 하는 것 같다.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 가운데 바른 말로 보고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말이다. 말이 통하는 길을 널리 열어 대통령으로 하여금 세상을 바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다 볼 수 없고, 한 사람의 귀로 다 들을 수 없고, 한 사람의 머리로 다 생각할 수 없다. 다수의 지혜는 정확도가 높으니, 많은 사람들의 견문과 생각을 널리 받아들여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 廣 : 넓을 광. * 開 : 열 개.

    * 言 : 말씀 언. * 路 : 길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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