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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누가 ‘낙동강’을 건널 텐가-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10-31 19: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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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에게 물었다. “‘용꿈’(대권)을 실현하려면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등 출마로 ‘정치적 몸값’을 올리는 건 어떤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분출하는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에 대한 의중 타진이다. 3선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그는 경남도의원을 시작으로 거창군수, 경남도지사, 국무총리 후보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다만 꾸준히 대선 후보로 거명되지만 ‘잠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태호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전국적 인지도를 높인다고 지역구 버리고 수도권에 출마한 적 있나.” 반문으로 지역구 사수 의지를 에두른다. 고향 선거구를 중심으로 PK(부산·경남) 지역 콘크리트 지지층을 발판 삼아야 ‘용꿈’을 꿀 수 있다는 현실적 명분이다.

    ‘험지 출마론’은 정치인에겐 양날의 칼이다. 당선된다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정치 체급도 배가할 수 있다. 반면 패배할 경우 정치생명은 끝날 가능성이 높다. 속칭 ‘물갈이’로 통칭하는 인적 쇄신은 선거 때면 등장하는 ‘전가의 보도’다. 특히 보수정당에서 영남은 타깃이다. 21대 국회 여당 의원 111명 중 영남권은 56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들 가운데 3선 이상만 16명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낙동강 하류당이 돼버렸다”고 탄식했다. 최근 부산 3선 하태경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이 ‘트리거(trigger·방아쇠)’로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수도권에서 전체 의석 121석 중 겨우 16석에 그치며 참패했다. 여기에 영남 다선 의원을 투입해 민주당 현역과 일합을 겨루겠다는 발상이다.

    한데 국민의힘 경남 의원만 보더라도 자발적으로 “수도권 험지로 지역구를 옮기겠다”고 선언할 이는 단언컨대 한 명도 없을듯싶다. 중진급은 5선 김영선(창원 의창구) 의원을 비롯해 3선 김태호·박대출(진주갑)·윤영석(양산갑)·조해진(밀양 의령 함안 합천) 의원 등 5명이다. 무엇보다 영남 의원이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다. 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두고 국민의힘 약세인 ‘험지’에 전진 배치하겠다는 건 사실상 ‘정치판 고려장’이다.

    비난 화살은 당 지도부로 향한다. 김기현 (울산 남구을·4선) 대표부터 ‘셀프 쇄신’이 가능하겠냐는 성토다. 여기에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측근)’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대통령 복심이라면 수도권 험지에 나서거나 혁신을 명분으로 선제적 용퇴를 선언하라는 볼멘소리다.

    세대교체는 숙명이자 순리다. 하지만 인위적 물갈이엔 무리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여기에 정치신인이 꼭 개혁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도내 한 초선은 국회의원 선거 비용과 지역 사무소 운영 경비 등 명목으로 지역구 단체장과 지역의원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 중이다. 지역 유권자를 우롱하고 본인은 정치 흑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결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을 경험한 이들이 권력의 동아줄을 쉽게 놓지 않을 건 자명하다. ‘낙동강 하류당’, ‘영남당’ 비난은 뒷전이다. 3선이면 국회 상임위원장, 4선 이상은 국회 의장단이란 부푼 꿈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한데 누가 ‘낙동강’을 거슬러 ‘한강’으로 가겠나. 처참한 패배 후 눈물의 정계 은퇴 수순이 빤히 보이는 가시밭길을.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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