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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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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바·슬·즐’을 다시 꺼내 보자- 윤준영 경남도의원(거제3, 국민의힘)

  • 기사입력 : 2023-10-04 19: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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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 중에는 ‘통합교과’라고 불리는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이라는 교과가 있다. 탈학문적 통합교육을 통해 ‘지금-여기-우리 삶’에 대해 학습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교과이다. 학생들은 일명 ‘바·슬·즐’을 통해 ‘①우리는 누구로 살아갈까 ②우리는 어디서 살아갈까 ③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갈까 ④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라는 4가지 삶의 주제를 탐구함으로써 개인의 삶과 공동체 속에서의 삶을 학습하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불안과 걱정이 많아짐과 동시에 초등 교과 ‘바·슬·즐’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강점기, 6·25 전쟁기, 경제개발과 민주화 운동 시기를 거쳐 국민 1인당 GDP 3만 달러가 넘는 세계 경제순위 10위권 국가에 오른 대한민국. 그러나 현실은 추락한 교권에 따른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연일 발생하고, 무차별적 사회적 폭력이 난무하며,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넘쳐나는 가운데 각자도생의 사회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는 초등학생 시절 ‘바·슬·즐’을 통해 공동체 속에서 건강하고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지식·기술·태도를 학습하였음에도 성인이 된 우리의 모습에는 ‘이기성’만 남아 있는 것이다.

    경남도는 지난 8월 17일, 도정회의실에서 묻지마 범죄, 스토킹, 학교폭력, 교권침해 등 이른바 사회적 폭력 예방을 위한 협력기관 대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남도, 경남경찰청, 경남교육청, 자치경찰위원회 등 관계 기관들은 연이어 대책들을 발표하는 등 사회적 폭력에 적극 대처하며 도민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폭력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와 처벌강화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문화적으로 성찰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바·슬·즐’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폭력이라는 ‘행위’에 대한 대처는 해당 현상을 ‘나’와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나와 상관없는 ‘다른 사람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해석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행위를 바라보고 제3자의 입장에서 대처방안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문제해결 방법을 피상적 수준에서만 다루게 되고,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회적 폭력은 ‘관계성 상실’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결국 ‘나’와 ‘우리’가 포함된 문제다. 앞에서 나열한 각종 사회적 폭력 외에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 일상에서 경험하는 작은 불편만으로도 쉽게 감정이 상하거나 공격적 감정을 나타내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은가.

    결국 최근의 사회적 폭력을 둘러싼 단상은 ‘남’의 일이 아닌 ‘나’와 ‘우리’의 일이며, ‘나’부터 생각과 태도를 바꿀 때 구조와 문화도 바뀔 수 있다. 지위, 연령, 성별, 학력에 관계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존중하는 자세,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 관용과 포용을 실천하는 자세야말로 지금의 폭력적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시 한번 ‘바·슬·즐’을 꺼내 보고, ‘인간다운 삶’, ‘지혜로운 삶’에 대해 한번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윤준영 경남도의원(거제3,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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