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뫼비우스’ 삶-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3-10-03 19:41:40
  •   

  • 한가위가 지났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옛말 그대로 오늘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에겐 이 계절의 느낌만큼 기분 좋음은 없을 것입니다.

    가을걷이를 앞둔 황금 들녘을 바라보니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일하기도 놀기도 그만입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시절이 만든 즐거움 덕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닥친 업무, 중간고사, 수학능력시험 등 해결해야 하는 일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지금 계절 덕분에 누려야 하는 선물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이도 상당합니다.

    ‘덕분에 행복하지만, 때문에 불행할 수밖에 없는’ 그런 오늘을 삽니다.

    행복과 불행을 나누거나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우선 떠오르는 것은 마음가짐과 행동이라고 봅니다.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의 인성을 가르는 방법으로 말의 본새를 꼽기도 합니다. 밥이 반 담긴 그릇을 보고 “밥이 반이나 남았네” 하는 사람과 “반밖에 남지 않았네” 하고 이르는 것으로 구분한다고 했습니다.

    적확성이나 신뢰도를 단정 짓기는 부족합니다만 적어도 “반이나 남았네…”하고 말하는 이들은 덕분에, 더불어, 함께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아닐까 판단됩니다. 물론 “반밖에…”라고 낙담하는 말을 하는 이 중에도 그런 부류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살다 보면 ‘덕분에’ 못지않게, ‘때문에’ 용기를 내고 힘을 키운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모르긴 해도 힘든 1950년대를 지나온 어르신이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나 싶습니다. 가난 때문에, 그런 배고픔과 설움이 싫어서 죽기 살기로 배우고 일했고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풍족하기에, 처음부터 배고픔을 모르기에 행복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렇기에 그 아픔을 끊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오늘날의 한국을 이루고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때문에는 핑계이자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이루거나 달성하는 모티베이션(Motivation), 즉 동기가 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덕분에 행복하고 그래서 오늘의 행복을 이룬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만, 국적이나 부모님, 물려받은 DNA 등은 결코 바꿀 수 없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때문에 불행이 아니라 때문에 행복한’, 그래서 그런 생각 덕분에 하루하루 더 힘찬 발걸음으로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남아프리카 사람들의 ‘우분투(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 정신’처럼 덕분에와 때문에가 따로가 아니라 하나로 인식됨으로써 모나지 않고, 두루두루 함께 사는 그런 시절이 나날이 계속됐으면 합니다. 남이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가만히 보면 인간의 삶은 들에 핀 풀꽃 같습니다.

    비와 바람, 햇빛 덕분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습니다만, 바람과 비, 햇빛 때문에 시간의 강을 건너서 그 자리에서 모든 흔적을 지우고 묻힙니다. 이같이 덕분과 때문에 모든 것이 살아지고 이루어집니다. 세상에 하나인 이유나 원인은 없습니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게 삶입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병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