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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고립·은둔청년을 세상 밖으로- 양영석(지방자치부장)

  • 기사입력 : 2023-09-26 19: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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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황금기에 세상과 담 쌓고 방 안에 틀어박혀 사는 가엾은 청춘들이 있다. 바로 고립·은둔청년이다.

    ‘고립청년’은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없거나 요청하기 어려워하는 청년을 의미한다. ‘은둔청년’은 집이나 방 등 제한된 장소에 머물면서 타인과 사회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청년을 뜻한다. 이 두 유형 모두 타인, 또는 사회와의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묻지마 흉악범죄’의 피의자들이 은둔·고립청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이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 고립자는 일반인보다 우울증세나 자살 충동이 약 4배에 달하는 등 정신건강 악화 문제로 연결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특히 이들에게 내재된 무력감·소외감은 어떤 계기로 극단적 분노와 증오로 표출될 개연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좌절이 타인을 향한 분노를 낳고 흉악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한창 일하면서 경제적 활동을 해야할 청년들이 뚜렷한 직업 없이 집 안에만 갇혀 산다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들 대부분은 학창시절에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을 당해 사회적 단절을 겪고 있다.

    부지기수가 끔찍한 정신적 상처로 학업을 포기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이들에 대해 무관심했고 방치했다는 방증이다. 다행히 고립·은둔 청년을 발굴하고 지원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최근 사회적 고립·은둔자의 사회 복귀를 위한 전 국민 실태조사 도입을 제안했다. 20세 이상은 통계청에서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기존 실시 중인 사회조사를 활용하고, 19세 이하 청소년은 여성가족부에서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통합위는 아동·청소년기 조기 발굴 및 종합지원, 청년기 일상 복귀를 위한 단계별 지원, 중장년기 사각지대 발굴 및 사례 관리 지원, 노년기 문화와 여가활동 환경 조성 등 생애주기별 고립 예방대책 수립도 제안했다.

    서울시와 일부 자치구, 대구시, 제주특별자치도, 인천 부평구, 강원 태백·원주시 등은 고립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내용은 고립청년의 정의, 자치단체장 직무, 기본계획 수립, 지원 대상자 발굴, 지원사업, 가족 등에 대한 상담, 협력체계 구축 등이다.

    도내 지자체 중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아직 없다. 최근 창원시가 고립청년을 발굴하기 위해 조례 제정에 나섰을 뿐이다.

    고립은 그 자체로 청년 삶의 질을 낮추는 것은 물론 가족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 그런 불행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그들 나름대로 노력해보지만 난관을 넘지 못해 좌절하고 자포자기한다.

    청년 시기에 고립 생활의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면 나이가 들수록 사회와 단절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들과 세상 사이에 놓인 벽은 시간이 갈수록 깨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립·은둔청년이 무관심과 편견의 벽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자.

    양영석(지방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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