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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독일 방사능 멧돼지가 주는 의미- 이준희(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3-09-12 19: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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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바이에른주 숲속에 서식하는 멧돼지들에게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오스트리아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탈원전국가인 독일의 멧돼지를 누가 방사능에 노출시켰을까?

    연구팀에 따르면 2019~2021년 바이에른 인근 11개 지역에서 수집한 멧돼지 고기 샘플 48개 중 88%에서 기준 초과치의 방사성 물질(세슘-135)이 검출됐다. 연구팀은 1960년대 이뤄진 핵무기 실험 때문이라고 밝혔다.

    독일 멧돼지들이 방사능에 오염됐다는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14년 독일 작센주 주정부가 멧돼지를 분석한 결과 3마리 중 1마리꼴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고,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영향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유출된 방사능이 바람과 비를 타고 유럽의 토양을 오염시켰고 오염된 땅에서 자란 송로버섯을 먹고 사는 멧돼지의 습성 때문에 방사능 물질이 몸속에 축적되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60년 전 핵무기 실험과 30년 전 1100㎞도 더 떨어진 지역에서 일어난 원전폭발 사고 여파로 독일 멧돼지 체내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쌓여있다는 사실이 섬뜩한 것은 나뿐인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2011년 3월 일어났고 한국과 후쿠시마 간 거리는 1100~1300㎞이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수천 t이 최근 공공의 바다에 방류됐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전후로 크게 두 가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첫째는 과학을 믿고 괴담을 퍼트리지 말자는 것, 둘째는 국민의 안전과 수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오는 ‘과학’이란 말을 그간 수없이 들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오염(처리)수의 안전성에 1%의 과학적 의심도 없는 것인가?

    인류의 역사 속에서 과학적 오류는 이미 다수 있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었고, 원자보다 작은 입자가 있다는 게 밝혀졌으며 유전정보는 DNA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것은 유전학적 오류이며 자외선에 의한 피부의 손상도 처음부터 알려진 과학적 사실은 아니었다. 과학은 연구와 실험 결과로 오류를 바로잡고 수정·개선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과학의 완결성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의문을 던지고 수많은 데이터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5000만 인구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는 과학을 맹신하는 대신 국민을 대신해 끊임없이 질문과 의문을 던져야 한다.

    경기 부진과 세수 감소로 긴축재정 기조인 정부가 지방교부세 등을 축소시키면서 지자체가 직격탄을 맞게 생겼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오염수 괴담에 대응하는 각종 홍보사업과 수산물 소비촉진 및 수산업 보호를 위한 지원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는 아이러니한 행보를 하고 있다.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았더라면 쓰지 않아도 될 돈이고, 수산업계가 존폐를 우려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며 지방재정은 그만큼 숨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달 하순께 2차 7800t을 방류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치권은 정쟁을 멈춰야 한다. 미래 세대의 생존과 지구의 존망에 관한 문제를 정쟁화하는 것은 국민 단 한 사람도 허용하지 않는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과학적 오류를 검증하고 그 정보를 국민 앞에 명백하게 공개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세계 10위권 경제강국 대한민국 정부의 행보를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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