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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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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과일 망개떡’ 최초 개발 김미영 창원생과방 대표

농사는 죽어도 싫다던 청년, 퓨전떡 만들어 전국 입맛 ‘올킬’

  • 기사입력 : 2023-08-09 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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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20만원’. 지난해 경남지역 농가당 평균 농업소득이다. 일 년 내내 농사지어 고작 500여만원을 손에 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청년은 농민이 되기를 꺼리고 농업인구가 고령화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0.7%’. 지난해 40세 미만 청년 경영주 농가 비율이다. 이대로 가면 농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정부도 청년 농민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밤낮없이 농사지으면서도 생계를 걱정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면서 “농사는 절대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김미영(31)씨도 여느 청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던 김씨는 어느덧 과일 망개떡을 최초 개발한 농업법인 ‘창원생과방 대표’로, 청년농업인연합회 부회장으로 청년 농민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미영 창원생과방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과일 망개떡’을 보여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김미영 창원생과방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과일 망개떡’을 보여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3대째 단감 농사 짓는 집안서 태어나
    밤낮없이 일하는 부모님 보며 자라
    은행권 취직 목표로 준비 한창이던 시기
    부모님 ‘망개떡 전문점’ 오픈해 알바 시작
    경기도서 망개떡 팔며 손님 상대 재미 느껴
    대학 졸업 후 본격 부모님 도와 사업 확장


    ◇죽어도 하기 싫던 농사= 3대째 단감 농사를 짓는 김미영 대표는 산 아래 과수원 한편에 지어진 집에서 살았다. 새벽 4시가 되면 과수원으로 작업 나가는 부모님을 도와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심심하면 나무를 타고 놀았다. 일손이 부족할 땐 수확한 감을 포장하는 일도 거들었다. 부모님은 자연스레 농사를 이어받길 기대했지만 김씨 생각은 달랐다.

    “중학생 시절을 기억해 보면 부모님이 밤낮없이 일하면서도 항상 대출로 생계를 이어가는 걸 보면서 농사는 돈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뇌리에 박혔어요. 그래도 농촌에서 자라면서 몸 쓰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니 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일을 하자 해서 경찰을 꿈꿨어요.”

    그러나 경찰을 꿈꾸던 김씨는 희망하던 학과에 합격하고도 진학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지원한 경찰행정학과와 경찰학과 10곳과 농업 관련 학과 1곳 모두 합격했지만, “농대 가도 경찰은 준비할 수 있으니 일단 부딪쳐 봐라”는 아버지 권유에 마지못해 지원했던 농대에 진학했다.

    “일단 농대에 오긴 했는데, 저랑 맞는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은행권에 취직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험도 준비하고 면접도 봤죠.”

    취업 준비에 한창이던 시기 부모님은 농사만으론 먹고살기 어렵다는 생각에 ‘망개떡 전문점’을 차렸다. 가게를 물려받길 바라는 부모님을 보면서 김씨는 “나중에 결혼도 해야 하는데 망개떡으로 두 가족이 먹고살 순 없다”는 생각을 했다.

    농사도 짓고 매장도 운영하느라 애쓰는 부모님을 도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매장에 나갔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경기도의 한 놀이동산에 마련된 ‘경상남도 특산물 판매장’에서 망개떡을 판매할 기회가 생겼다. 매주 금요일 새벽 창원에서 경기도로 떡을 한가득 싣고 올라가 일요일까지 천막 하나에 의지한 채 떡을 팔았다.

    “사실 망개떡이 뭔지도 잘 모르고 무작정 올라간 거예요. 조금씩 배우면서 손님들을 상대하는 게 재밌어서 근처 찜질방에서 자면서 새벽마다 경기도 용인터미널에서 떡을 배송받아서 팔았어요.”

    그렇게 6개월 동안 주 3회 망개떡을 팔았다. 당시 김씨가 하루에 벌어들인 매출은 평균 100만원. 매장의 주요 판매처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 정도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김씨는 2014년 졸업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부모님을 도왔다. 2년 동안 평일에는 매장에서 판매를 도맡고, 주말이면 서울과 김해, 전국 각지를 누비며 판매장을 돌았다.

    ◇과일 망개떡 최초 개발= 2016년 농업기술센터에서 우연히 만난 한 교육생의 권유로 이듬해 발족한 ‘청년농업인연합회’에서 기획국 차장을 맡게 됐다. 전국에서 모인 청년 농민들은 직접 생산한 다양한 농산물을 선보이고 재배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품종의 과일들이 김씨의 눈길을 끌었다.

    “같은 과일이라도 품종에 따라 맛이 다 다르더라고요. 특히 논산에서 온 청년 농민들이 각각 생산한 딸기를 집에 들고 와 품종별로 망개떡과 조합을 해봤는데 ‘설향’ 품종 딸기가 맛이나 금액이나 가장 잘 맞더라고요.”

    그렇게 2018년 ‘딸기 망개떡’이 탄생했다. 김씨는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원들에게 딸기 망개떡을 나눠주며 개인 SNS 홍보를 부탁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 유튜버들이 김씨의 딸기 망개떡으로 ‘먹방(먹는 방송)’을 선보이기도 했다. SNS의 파급력 덕분에 딸기 망개떡은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선물용 박스 포장 도입도 딸기 망개떡 매출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이듬해 개발한 곶감 망개떡은 부모님과 자신이 짓는 단감 농사 판로 문제를 자연스레 해결해 줬다. 주변 청년 농민들도 자신들이 재배한 과일을 넣어 망개떡을 만들어 달라며 김씨에게 부탁했다.

    “블루베리, 토마토, 녹차, 현미 등등 자신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갖다 주면서 한번 개발해 보라고 많이 부탁했어요. 그만큼 판로 걱정이 많다는 뜻이기도 해서 여러 번 시도했는데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것이 많아서 아쉬웠죠.”

    김씨가 개발한 과일 망개떡은 이후 수년간 온라인 핸드메이드 플랫폼 ‘아이디어스’에서 ‘떡·전통 간식’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하면서 2021년 ‘최우수 작가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3억원을 달성했다.


    2016년 청년농업인연합회 기획국 차장 맡아
    청년 농민들과 소통하며 ‘딸기 망개떡’ 개발
    SNS 홍보, 먹방 유튜버 등 통해 유명세 타
    과일 망개떡으로 올 상반기에만 매출 3억원
    현 청연 부회장… 청년·정부 가교 역할 힘써
    정부, 청년농 안정적 정착 지원 아끼지 않길


    김미영 창원생과방 대표./성승건 기자/
    김미영 창원생과방 대표./성승건 기자/

    ◇청년 농민과 정부의 가교 역할= 김씨는 전국 각지의 690명(정회원 190명, 준회원 500명)을 회원으로 둔 ‘청년농업인연합회(청연)’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17년 기획국 차장을 시작으로 소통국과 홍보국을 거치면서 회원 간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행사 기획부터 SNS 관리, 청연 홍보 등을 도맡았다.

    ‘청연’ 활동을 통해 청년 농민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문 요청으로 회원 의견을 전달해 ‘후계농 자금’ 금융 부담을 완화한 것이다.

    “정부에서 2018년엔 최대 3억원을 3년 거치 7년 상환한다는 조건으로 금리 2%로 빌려줬어요. 3년 안에 자리를 잡으란 건데 사실상 불가능이거든요. 전국 평균 농업 소득이 1000만원이 안 되는데 어떻게 갚으란 말이에요. 회원들 의견 모아서 전달했고 올해부터 5년 거치 7년 상환에 금리도 1.5%로 낮아졌어요.”

    올해는 대내외적인 활동 폭을 넓히고자 한국미래농업고등학교, 진주 바이어산업진흥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또 농식품부 인가 사단법인화를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청연’ 활동을 통해 청년 농민들의 고충을 함께 나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작년에는 비가 너무 안 왔고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왔잖아요. 청년 농민들은 생산부터 판로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날씨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농산물 판매에 경험이 많다 보니 판매 업체 입점을 도와주거나 계약 시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등 판로 해결에 도움을 주려고 애쓰고 있어요. 무엇보다 정부가 청년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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