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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멍 때리기- 강희정(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23-07-09 19: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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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서울 한강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3160팀이 신청, 사전 경쟁률이 45:1에 달했다. 참가자들은 90분 동안 웃거나 잡담이 금지되고, 휴대폰을 확인하거나 졸아도 안됐다. 15분마다 심박수를 재며, 시민 투표를 합산해 최종 우승자를 가렸다. 올해 6회를 맞은 이 대회는 끊임없이 혹사당하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돼 2016년 가수 크러쉬가 1등을 차지하며 유명해졌다.

    ▼한동안 ‘멍 때리는’ 행동은 비생산적이라는 시각 때문에 다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머릿속을 잠시 비우는 행동에서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들이 나오기도 한다.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 넘치는 물을 보다가 부력의 원리를 발견해 ‘유레카’를 외쳤다. 뉴턴은 사과나무 밑에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미국 성인의 약 20%는 자동차에서 가장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한다.

    ▼실제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멍 때리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넣고 긍정적인 감정을 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멍 때리는 동안 뇌의 특정부위가 활성화돼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수집한 정보가 정리된다. 뇌가 복귀되는 과정이며, 더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하지만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보는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 진정한 멍 때리기란 무엇에도 주의를 두지 않고 뇌를 온전하게 휴식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멍 때리기는 단순 현상에 그치지 않고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불멍, 물멍, 숲멍 등 다양한 형태의 멍 때리기에 열광하고 위로받는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심란하다면 모든 일을 잠시 내려놓고 멍을 때려보자. 우리의 일상에 또다른 활력을 불어넣어 줄지도 모른다. 대회에 참가했던 한 여성은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아주 좋습니다. 마음이 좋아요.”

    강희정(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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