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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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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83) 교오자대(驕傲自大)

- 교만하면서 스스로 큰 체한다

  • 기사입력 : 2023-06-13 08:06:36
  •   
  • 동방한학연구원장

    주한중국대사(駐韓中國大使) 싱하이밍(邢海明)은 대단한 한국 전문가다. 한국어도 아주 잘하고 한국의 역사와 지리는 물론이고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 등 한국 전반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다.

    언론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이라고 소개하지만, 그것은 잘못이고 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했다. 외교부로 들어가 한반도 문제만 다루어 왔다. 중국 국가에서 전문적으로 키운 한반도 전문가다.

    싱 대사만 그런 것이 아니고, 그 이전 1992년 한중수교(韓中修交) 이후 30년 동안 역대 주한중국대사가 다 그랬다. 싱 대사는 1992년부터 주한중국대사관에 근무하여 이번이 네 번째다. 반면 우리나라는 역대 대통령이 임명한 주중한국대사(駐中韓國大使) 14명 가운데서 중국을 알거나 전공한 인물은 딱 2명뿐이다. 대통령 측근이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진 정치인들 위로용 자리로 썼다.

    우리와 정치적·군사적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고, 최대 교역국가에 보내는 대사 자리를 대통령들이 이런 식으로 임명해서 되겠는가? 대사들이 중국어, 중국 사정을 전혀 모르고 깊이 아는 사람 한 사람 없으니, 우리 대통령이 중국 가서 수모를 당하거나 바보가 되는 것이다.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서예의 대가 북경사범대학 계공(啓功)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 하루 일정을 비워놓았는데, 막상 그날 계공 교수가 감기 들었다고 오지 말라고 했다. 대사관에서 사기꾼 같은 조선족 교수 말만 믿다가 대통령이 큰 낭패를 당했다.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戰勝節) 기념행사에 참석하여 천안문(天安門) 광장 위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 옆에서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6·25 때 우리나라를 침범한 것 등을 축하하는 자리인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 자리에 가서 되겠는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북경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은 남경으로 떠나 버렸다. 문 대통령이 3일 동안 할 일이 없어 시내 여기저기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최종 책임은 주중대사가 모두 져야 한다.

    지난 8일 싱 대사가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불러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다. 부국장급인 그가 우리나라 의전 서열 8위인 제 1야당 대표를 불러 선고하듯이 15분 동안 협박적인 내용의 글을 읽었다. 내정간섭은 물론이고, 남의 나라 외교노선에 대한 참견이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묵묵히 듣고 있었고, 따라간 두 명의 국회의원은 받아 적기에 바빴다.

    이재명, 개인적으로도 망신이지만,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싱 대사는 우리에 대해서 다 잘 알고 치밀하게 계산해서 이런 짓을 한 것이다.

    싱 대사가 기고만장하게 한국 야당 대표를 가지고 논 것은, 중국이 강대국이라는 교만하고 잘난 체하는 생각에 바탕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싱 대사만 그런 것이 아니고, 시진핑부터 중국지도부 사람들이 다 갖고 있는 것이 문제다.

    *驕: 교만할 교. *傲: 오만할 오.

    *自: 스스로 자. *大: 큰 대.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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