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가고파] 옹호클럽- 이슬기(문화체육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05-01 19:39:08
  •   

  • “A 작가를 사랑한다. 내게는 이분이 세계 대문호 톨스토이다.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 누군가가 한 작가를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실망할까 봐 한 대상에 마음을 크게 쏟지 않으려고 경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그가 쓴 작품에 푹 빠져버렸다며 지구에서 하나뿐인 작가인 듯 열렬히 장점을 나열했다.

    ▼지난주 창원에 있는 동네책방 ‘오누이 북앤샵’에서 열린 ‘옹호클럽’에서 있었던 일이다. 옹호클럽은 좋은 책을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참가자 8명은 자신이 가장 옹호하고 싶은 ‘옹호책’을 하나 골라 각자 그 책이 왜 좋은지 돌아가면서 밝혔다. 누군가는 책에 쓰인 단어들이 좋아서, 어떤 이는 멈출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좋아서, 다른 이는 책 표지가 예쁘고, 책의 내용이 지금 고민하는 내용들과 겹쳐서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각자의 옹호책과 옹호 이유를 듣고 책의 신선도와 옹호력, 매력도 등으로 심사해 옹호왕을 뽑았다.

    ▼끌어안을 옹(擁)에 지킬 호(護). ‘두둔하고 편들어 지킨다’는 단어의 뜻처럼 옹호는 귀중한 대상을 엄호하는 일이다. 이날 대부분 서로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각자 애정의 대상을 찬양하고 사랑의 정도를 고백하는 순수한 마음들이 낯섦의 경계를 허물었다. 작은 책방 안이 사랑과 이해가 넘쳐났다. 옹호를 밝히기 전, 혼자 옹호할 책을 떠올리고 옹호할 이유를 고민하는 순간들은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옹호하는 일이기도 했다. 옹호의 힘은 안팎으로 놀라웠다.

    ▼노동절과 어린이날로 시작하는 5월은 옹호할 것이 많은 달이다. 옹호할 힘을 써야 하는 적기다. 옹호할 힘, 옹호대상을 현명하게 고를 지혜를 평소에 늘려보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옹호하는 대상이 있는 만큼 상대의 것도 옹호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내년 옹호클럽의 옹호왕을 노려 본다.

    이슬기(문화체육부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슬기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