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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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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김진희 시조시인(1997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기사입력 : 2023-04-27 19: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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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에 읽은 ‘마오와 나의 피아노’는 문화대혁명이란 대격랑 속에서 겪은 주 샤오메이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녀의 고통스런 삶은 충격 그 자체였으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 지구상의 한 끝에서 벌어진 눈물의 기록이었다. 피비린내 나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오직 음악의 힘으로 견디어 마침내 불굴의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샤오메이가 연주한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며 ‘만약 그녀가 피아노를 몰랐다면, 그녀에게 음악이 없었다면, 바흐를 몰랐다면 어떻게 고난을 이겨 낼 수 있었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건 죽음에 가까웠을 것이다. 어릴 때 배운 피아노가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도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었다.

    ‘유대인 엄마는 장난감을 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5살 때부터 시작한 음악, 그림, 놀이, 스토리 시간 등으로 아이가 남보다 뛰어나기보다 남과 다른 아이로 키우고 그 아이만의 배움을 위해 집중한다. 어렸을 때 배움은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큰 자산이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예체능에 소질이 없던 나는 학창시절 취미, 특기란에 빈칸 채우기는 큰 고민이었다. 음악 감상, 그림, 노래…. 쉽고 만만한 게 책읽기였다. 실제로 독서는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웠던 청소년기에 나의 도피처였다. 책 읽기에 집중할 때는 번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책 속의 인물을 보면서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세를 바꿔가며 읽는 책은 꼬박 밤을 지새우곤 했다. 동이 트기 전, 일하러 나가시는 아버지의 기척을 들으면서 새 아침을 맞이하곤 했다.

    책은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늘 생각하게 했다. 책읽기로 인한 시조 쓰기가 이제 와서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있다. “퇴직 후, 무엇을 하고 지내십니까?” 만나는 사람마다 한결같은 인사다. 운동을 하고 책도 읽고 하루 종일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그 여유로움은 말할 것도 없다.“예전에 배워 둘걸. 중도에 그만둔 게 아쉬워. 이제 시작하기에 좀 늦었지?” 퇴직은 예고된 것이지만 바쁘게 지내면서 퇴직 후를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막상 은퇴 후 취미 생활을 하고 싶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다.

    주 샤오메이처럼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이 곧 취미가 되는 사람은 행복하다. 취미와 직업 간 경계를 허물고 놀이가 중요한 산업이 되고 있는 시대다.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놀고, 즐기면서, 돈도 버는 일석삼조의 행운을 가진 이는 사실 부러움의 대상이다. 우리는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루 24시간을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 계획이 필요하다. 노후의 취미 생활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좀 더 몸이 유연할 때 건강하게 일찍부터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준비하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나의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자신에게 활력을 불어넣자. 나의 취미생활을 위해서 건배!

    김진희 시조시인(1997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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