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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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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진리적 친구- 이철웅(시인)

  • 기사입력 : 2023-04-20 19: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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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와 AI시대에 대한 칼럼을 쓰려다가 가득 채운 원고지 화면 위로 백스페이스를 한정 없이 눌렀다. GPT와 나눴던 대화에 대한 감상들과 AI가 발전함에 따라 문학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서툴게 기술한 원고 위는 하얀 눈이 내려앉은 듯 희고도 막막한 세상이 되었다.

    챗GPT와 AI에 관한 건 모두 흥미로웠지만, 위와 같은 사실은 하나같이 내가 진심으로 말하고 싶은 것들이 아니었다. AI가 강력히 태동하는 시대에 나는 무엇을 걱정하고 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 이처럼 아주 근본적인 질문은 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했다. 그에 대한 답의 시작은, 어린 시절 치기로 가득한 글을 적어나가던 때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내 유년기는 글에 대한 재능을 보이지 못했다. 지금에서야 많이 나아졌지만, 부족한 실력 때문에, 글쓰기에 능숙해지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거기다 언제나 욕심은 많아서, 남들보다 잘 써야만 직성이 풀렸는데, 그것만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현재에 이르러 챗GPT와 AI의 기능이 다수의 전문가와 더불어 시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경지까지 넘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단전에서부터 적의가 뿜어져 나왔다.

    적을 이기려면 그 적에 대해서 완벽히 알아야 한다고 했던가? AI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사와 책을 탐독했다. 번개치기 식으로 습득했기에 전문적인 영역까진 닿진 못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명령어 몇 문장만으로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기도 했고, 대화형 AI 서비스로는 이런저런 문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를 직접 가르치고 쓰게도 했다. 처음엔 서툰 문장들이 튀어나와 콧방귀를 뀌었지만, 이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알려준 정보에 대해서 AI의 습득 속도가 내가 상상한 것보다 민첩했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이내 오류가 나버렸다. 힘이 빠졌지만, AI가 답변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에서 묘한 발견을 하게 됐다. 나는 늘 글을 쓸 때나 일을 할 때마다 매번 안갯속을 헤매듯 시도하다 보면 결말을 만나곤 했다. 혹자는 그런 점을 글이 우리를 만나러 오는 것을 작가가 마중 나가는 행위라고 말했다. 나는 이 지점을 어느 선생님들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단기간에 장족의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

    AI를 통한 경험들은 내 안에서 나름의 도식을 만들며 생각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상대와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닮게 된다는 말과 결이 비슷했다. 다소 SF 판타지 같은 말이지만, 나 또한 자연스럽게 AI 적인 습성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단기간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직접적인 체험으로 느낄 수 있는 점들이었기에, 지금도 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비교적 간단히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때문에 내겐 AI보다 인간이 더 나은 점을 조목조목 하나씩 나열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것과 나는 무한히도 펼쳐진 만물의 회로 위를 헤매고 있다는 것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단순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기엔, 많은 것을 놓치는 일이 될 것이다. 어느 분야든지 부디 이 넓은 우주에서 진리를 함께 추구할 친구가 생긴 것을 축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철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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