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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거지방-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3-04-20 19: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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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톡 오픈채팅 ‘거지방’이 유행이라고 한다. ‘거지처럼 절약하기’를 목표로 익명의 채팅방에 모인 이들은 누가 더 거지처럼 살고 있나 경쟁하고, 더 거지처럼 소비할 수 있도록 서로를 독려한다. 예로 점심시간 메뉴와 가격을 공유하며 가장 절약한 사람에게 칭찬을 하고, 오늘의 지출 내역을 보고하면 더 아끼는 팁을 주거나 불필요한 내역을 꾸짖기도 한다. 현재 카카오톡 오픈채팅 방에서 운영 중인 거지방은 수백 개에 달한다.

    ▼출판가에서는 짠테크 열풍이 거세다. 서단하 작가가 극단적 절약으로 2년간 빚 1600만원을 갚은 기록을 담은 책 ‘소비단식 일기’는 1만 부 이상 팔리며 독자 호응을 얻고 있고, 저축을 독려하는 책 ‘김경필의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역시 출간 4개월 만에 2만 부 가까이 팔리며 인기다. 최근 몇 년간 서점가에 투자와 재테크 등에 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것과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절약과 관련된 신조어도 속출하고 있다. 걷기 등 다양한 앱 활동으로 10원 규모의 소액을 보상받는 ‘앱테크’, 새로운 카드 발급에 따른 혜택을 노리고 새 카드를 돌려가며 신청하는 ‘카테크’, 0.1%라도 이자가 높은 곳을 찾아 예·적금을 자주 갈아타는 ‘금리노마드족’, ‘탕파’(탕비실 파먹기)’, ‘공병테크’(공병을 팔아서 돈 모으기)도 있다.

    ▼욜로족과 플렉스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스스로를 위한 지출에 관대했던 MZ세대가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사소한 소비까지 줄이는 모습이 씁쓸한 한편, 느슨한 연대를 통해 절약을 해학적인 놀이로 만들어 내는 태도에서 희망이 느껴지기도 한다. 서단하 작가는 말했다. ‘빈 마음을 소비로 채우려 했다. 소비는 내가 이룰 수 있는 가장 쉬운 성취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불황 속, 절약 열풍에 합류해 소비 대신 무엇으로 나를 채울까를 고민해 보는 계기로 삼아보는 것도 좋겠다.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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