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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이만큼 살아내느라 정말 애썼다- 하순희(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23-04-13 19: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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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새봄이다. 새여름, 새가을, 새겨울이라곤 안 하는데 봄은 새봄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 계절은 죽었던 것 같던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의 축제로 들썩이는 계절인가 보다. 계절도 금세, 꽃도 순식간에 지고 있다.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란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한때 웰빙, 웰에이징, 웰다잉으로 열기가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웰빙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기란 뜻이고, 웰에이징(well-aging)이란 건강한 노년맞이,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들기라는 의미이고, 웰다잉(WellDying)이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란 사전적 설명이다.

    정신과 의사이며 죽음학의 대가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퀴블로스는 1970년대 ‘사후생’이란 저서에서 임종의 5단계를 제시했다. 첫 번째로 부인-분노-협상-우울-인정이란 5단계를 거친 후에야 삶은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현실을 인정, 수용, 새로운 마음의 평정을 갖는다고 하였다.

    몇년 전, 사십여 년을 함께하신 어머님을 여름에 보낸 후 그 가을 우울과 무력감을 자주 느끼던 차 옆지기가 듣던 강의 장소에서 우연히 웰다잉을 접했다. 너무나 재미있는 강의 내용에 빠져들었고 힐링이 많이 되었다. 남은 날과 지나온 시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았던 그 가을은 나 자신 스스로를 격려하는 햇살도 새롭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이 라틴어를 생각하면 삶이 경건해진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 아름다운 꽃을 보며 죽음을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삶의 양면성은 늘 함께 하고 있다.

    갑자기 다가온 죽음 앞에 “왜 미리미리 좀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원망하는 인간에게 신은 “매일 매번 순간순간 네게 편지를 보냈는데 왜 몰랐느냐? 네 주변 지인들의 부고장을 봤을 때, 나뭇잎이 떨어질 때, 꽃이 시들 때, 친구가 멀어질 때…, 수없이 보낸 편지를 너는 무시하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사실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생을 살고 있다. 살아있는 존재는 무엇이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잘 살아야만이 죽음 앞에 떳떳할 수 있고 초연할 수 있는 것이다.

    열심히 살아내야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열심히’라는 것에 메여 무의식중에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일도 많다는 것을 자각하며 살아야 한다. 웰다잉 강의를 들으면서 삶을 새롭게 직면하려 애썼다. 버킷 리스트 작성, 사전의료 의향서 쓰기, 임사 체험, 유언장 쓰기, 마음을 비우기, 감사하기, 엔딩 노트 쓰기 등…. 천상병 시인이 ‘귀천’이란 작품에서 말했듯이 소풍길이 즐거웠노라고, 행복했노라고….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적은 나이를 살고 있음을 마음에 자주 새기는 요즘,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오랜만에 읽으며 필요 이상의 물건들 속에서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바라본다. 이만큼 살아내느라고 정말 애쓰신 모든 그대들! 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감사로 두 손 모으며 천천히 걸어가라!고 오늘도 나를 비롯한 모두에게 조용히 하고픈 말이다.

    하순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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