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민들레 씨- 이선향
- 기사입력 : 2023-04-13 08: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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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세상을 향해
둥글고 하얀
희망을 가지고 있지
민들레 씨처럼
한때는
나만이 가진 것인 줄 알았지
훨훨
날개 없이도
날아가는 그 꿈이
후-욱
영이의 작은 입김에
둥실 떠올라보니
비교될 수 없는
저마다의 영롱한 꿈들
살포시
가슴 설레며
땅 위로 앉는다
모두가 이렇게
이 세상에 왔다
☞ ‘세상을 향해/둥글고 하얀/희망을 가지고 있지/민들레 씨처럼’. 뽀얀 햇살 속으로 부드럽게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 하나하나가 아이의 희망이다. 날개 없이 날아오른 둥글고 하얀빛은 저마다 영롱한 꿈을 품고 세상에 내릴 준비를 한다. ‘살포시/가슴 설레며/땅 위로 앉는다/모두가 이렇게/이 세상에 왔다/’. 당신도 나도 저 민들레 씨처럼 어여쁜 꿈을 품고 세상에 온 설레는 존재라고, 시인은 따뜻하게 말한다.
오늘 아침, 콘크리트 갈라진 틈새에 핀 민들레를 보았다. 나는 땅바닥에 얼굴이 닿을 듯이 가까이하여 민들레를 귀하게 내려다보았다. 춥고 어두운 세상을 밝히려고 바람에 몸을 의지하여 딱딱하고 메마른 틈새에 희망을 틔운 이 땅의 꽃씨들이여. 결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모두의 꿈이 제대로 꽃 피는 봄이기를.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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