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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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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뭐하꼬] 진주박물관 나들이

조선의 흑역사… 이곳에 있소이다
병자호란·임진왜란 속으로 ‘시간 여행’
병자호란 때 조선의 각종 고민 문화재로 소개

  • 기사입력 : 2023-02-16 20: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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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 설연휴 이후 경험했던 혹독한 추위는 이번 겨울 더 이상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침과 밤의 낮은 기온은 여전히 겨울임을 실감하게 만든다. 겨울이라 바깥활동이 망설여진다면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자녀들과 국립진주박물관으로 ‘역사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으로 알려진 진주박물관이 오는 3월26일까지 병자호란 특별전을 갖고 있다.

    ◇병자호란 특별전= 병자호란은 1636년 12월 8일 청나라의 침공으로 시작해 1637년 1월 30일 조선 국왕 인조가 청 황제 태종에게 삼전도에서 항복하면서 끝난 전쟁이다.

    “성문을 열어 조선을 살릴 것이다. 성문을 지켜 조선을 살릴 것이다”. 남한산성 성문처럼 보이는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면 남성 2명의 결연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이 각자의 논리를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병자호란 주제영상(8분 20초)이다. 주화파 최명길은 남한산성 성문을 열 것을 주장했고 척화파 김상헌은 성문을 굳게 닫고 지킬 것을 주장했다. 최명길과 김상헌의 치열한 논리 다툼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8분 20초가 금방 지나간다. 이 영상은 세 번째 전시 코너를 지나면 볼 수 있다. 당시 조선 조정은 남한산성에서 버텼지만 결국 성문은 안에서 열리고 만다.

    진주박물관 ‘병자호란’특별전 주제영상. 김상헌과 최명길의 논리를 대화 형식으로 구성했다.
    진주박물관 ‘병자호란’특별전 주제영상. 김상헌과 최명길의 논리를 대화 형식으로 구성했다.

    전시는 크게 △병자호란 이전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1618~1627년) △청 제국의 성립과 조선의 대응(1628~1636년) △병자호란의 발발과 조선의 패전(1636~1637년) △조선의 전후 상황과 조·청 관계(1637~1659년)로 나뉘어지며 병자호란 영상과 ‘죽은 자, 떠난 자, 돌아온 자(4분 15초)’ 영상이 있다.

    병자호란 이전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라는 주제 전시에는 광해군대의 역사를 기록한 ‘광해군일기(국보 제151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광해군의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의 ‘금보(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인조 즉위 이후 바닷갈로 명나라로 가는 사신단의 여정을 기록한 그림 ‘항해조천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이 있다.

    광해군일기.
    광해군일기.

    청 제국의 성립과 조선의 대응 주제 코너에서는 후금으로 사신 갔던 위정철이 여진인에게 받았다고 전해지는 철과 옥으로 만든 퉁소, 명나라 연호를 쓰지 못함을 애석해 하는 척화론자 정온의 시를 새긴 돌베게, 남한산성의 성곽과 주요 건축물을 그린 남한산성도를 볼 수 있다. 진주박물관은 이 주제 전시에서 목숨을 걸고 후금과 명나라에 사신을 간 사람들을 조명하며, 후금의 군사적 압력에 대한 조선 조정의 군사적·외교적 고민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병자호란의 발발과 조선의 패전에서는 17세기 초 명나라가 네덜란드의 대포를 모방해 만든 ‘홍이포’,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서 항전한 사실을 기록한 ‘남한일기’, 청군의 군사적 역량을 보여주는 ‘호렵도’ 등이 있다.

    병자호란 특별전에 전시된 팔기제(위, 청나라의 군사편제로 각 부족의 부대를 깃발로 구분한 것이 시초)와 명나라가 네덜란드의 대포를 모방해 만든 대포.
    병자호란 특별전에 전시된 팔기제(위, 청나라의 군사편제로 각 부족의 부대를 깃발로 구분한 것이 시초)와 명나라가 네덜란드의 대포를 모방해 만든 대포.
    거북선 모형.
    거북선 모형.

    조선의 전후 상황과 조·청 관계에서는 병자호란을 소재로 다룬 문학 작품을 전시했다. 병자호란은 짧은 기간의 전쟁이지만 후유증은 국왕으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오랑캐에게 항복한 국왕을 임금으로 모셔야 하는 양반들, 패전으로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은 백성들은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찾고자 했으며, 이러한 욕구와 희망이 문학작품에 반영됐다.

    김상헌이 심양의 감옥에서 쓴 시를 묶은 책인 ‘설교시첩’, 임경업의 포부와 기개가 새겨진 ‘추련도’, 효종이 직접 짓고 쓴 ‘칠언시’, 병자호란 이후 양반 여성의 피란일기인 ‘숭정병자일기’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죽은 자, 떠난 자, 돌아온 자’ 영상을 보고 나면 국력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전쟁 속에 죽거나 포로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죽고, 포로로 끌려가고, 돌아왔지만 조선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청나라로 가거나 도망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전시 마지막 에필로그에 있는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한 일이다. 죽음과 삶의 문제이며, 존립과 패망의 길이니 깊이 살피지 않을 수 없다(손자병법 제1편 계 중에서)”는 글을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벌어진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진주박물관 측은 “병자호란은 조선과 청나라 간의 전쟁일 뿐만 아니라 명나라도 간접적으로 개입한 전쟁으로 이후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서 “명나라와 청나라 간의 군사적 충돌 속에서 조선이 처한 군사적·이념적 고민을 다양한 문화재로 소개하면서 병자호란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갖고자 한다”고 전시 목적을 소개했다.

    병자호란 특별전을 찾은 시민이 전시를 보고 있다.
    병자호란 특별전을 찾은 시민이 전시를 보고 있다.

    ◇임진왜란 전시= 진주박물관은 지난 2018년 상설전시실을 새롭게 단장했다. 임진왜란실을 확대하고 역사문화홀, 어린이 놀이공간을 신설했다. 1층에는 보물 천자·지자·현자·황자총통과 중완구·대완구가 전시됐다. 조선군이 주로 사용한 활, 화살, 칼과 총통 그리고 중국·일본의 검과 창도 만날 수 있다. 2층에는 다양한 전쟁 기록물, 진주대첩의 장소였던 진주성, 이순신과 수군 등에 대한 전시물이 있다.

    1·2층 전시를 보고 나면 초대형진열장에 신석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도기바퀴장식뿔잔(보물 제637호), 청자매화대나무학무늬 매병(보물 제1168호) 등 400여 점이 전시된 역사문화홀이 있다.

    3D입체영상관, 어린이 임진왜란체험실, 누리집(홈페이지)서 예약가능한 실감체험관, 등도 있다.

    박물관에 입장해 오른쪽으로 향한 후 임진왜란 전시를 보고 나면 기획전시실 병자호란 특별전까지 이어진다.

    박물관 건물은 한국 건축계의 거장 김수근 선생이 설계했다.

    현재 진주성 내에 있는 진주박물관은 일호광장 진주역(옛 진주역) 인근으로 확장 이전 예정이다. 오는 2026년 개관을 목표로 한다. 신축 박물관은 어린이박물관과 사회교육관도 신설해 학습 친화 박물관으로 거듭나게 된다.

    △진주박물관 : 사적 제118호인 진주성 안에 위치하고 있다. 진주성은 진주시민, 7세 미만 유아와 65세 이상 노약자, 장애인복지카드·국가유공자증 소지자만 무료 입장 가능하다.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600원의 입장료를 내면 진주성과 진주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주차는 공북문 주차장, 진주문화원 옆 주차장(이상 유료), 진주성 관광버스 주차장(서문매표소 도로 건너편·무료)에 하면 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진주성 : 진주성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매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진주성에 있는 촉석루는 지난 2012년 미국 ‘CNN GO’에서 선정한 한국관광지 베스트50에 선정되기도 했다. 촉석루(경남유형문화재 제666호)는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 국보 제276호였지만 전쟁 후 불에 탔다. 지금의 모습은 국비·도비·시비와 시민 성금으로 1960년 만들어졌다. 촉석루 외에도 함옥헌, 임진왜란 때 논개가 순국한 바위 의암(경상남도 기념물 제235호),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의기사(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7호), 쌍충사적비(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3호), 호국종각, 김시민장군 전공비(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호), 촉석정충단비(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호), 김시민 장군 동상 등이 있다.

    글·사진= 권태영 기자 media9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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