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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길 떠남의 용기에서 배우는 인생 가치- 윤성희(고전에세이스트)

  • 기사입력 : 2023-02-13 19: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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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의 나라에서 새벽길을 걸어 본 적이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은 두려움을 낳았다. 헤드랜턴을 켰다. 빛이 내어준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질퍽한 진흙을 밟으며 걷다 보니 떠오르는 해를 만났고 마른 땅도 밟게 됐다. 떠나오기 전의 두려움은 용기로 바뀌었고 새로운 세상과 만날 기회를 선물로 주었다. 기원전 8세기 작품, ‘오디세이아’를 읽다 보면 아주 유명한 대사 한 구절을 만나게 된다. 삶이 암흑 같다고 여겨질 때, 두려움에 고통받을 때 힘이 되는 말이다. ‘가슴속에 고통을 참는 마음이 있기에 나는 참을 것이오. 그러니 이들 고난에 이번 고난이 추가될 테면 되라지요.’

    고대 그리스 시대, 청년과 자유 시민들에게 교과서처럼 읽혔던 오디세이아의 가치를 보여주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운명 앞에서 굴하지 않는 인간의 강한 자유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그는 고통이 예견된 모험의 길을 선택한다. 매 순간 삶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것 같은 두려움 앞에서도 그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차분히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 동굴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는 현재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최고의 모험담이다. 그리스인들은 이것을 실천적 지혜라고 불렀다. 영생을 약속하는 칼립소의 유혹에 빠져 길을 떠나지 않았다면 배우지 못했을 지혜이다. 오디세우스의 떠남의 용기와 모험은 배울 점이 많은 하나의 인생 샘플이다.

    오디세이아 작품 속에는 플라톤이 강조했던 중요한 미덕 네 가지가 모두 나온다. 모험을 떠나는 용기, 유혹 앞에서의 절제, 위기에 대처하는 지혜, 그리고 불의에 맞서는 정의까지 오늘날 우리에게도 필요한 미덕이고 인생 가치이다. 일상에 지치고 안온함에 젖어 있고 싶을 때 용기 내 길을 떠나 보면 어떨까. 그 길은 자연으로 이어지는 길이어도 좋고 시공간을 초월한 책 속으로 연결되는 길이어도 좋을 것이다. 낯선 길 위에서 만나는 많은 것들이 실천적 지혜를 키워 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두려움의 옷을 벗고 미덕의 옷을 갈아입어 보자. 길 떠남의 용기 속에서.

    윤성희(고전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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