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8일 (일)
전체메뉴

[촉석루] 우리 시대의 어른- 박창권(전 합천부군수)

  • 기사입력 : 2023-02-07 19:38:46
  •   

  •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는 탄식이 있다. 나이로 가늠되는 노인은 해가 거듭될수록 많아지는데 비해 정작 우리가 바라는 올바른 노인상이라고 할 어른은 대하기 어렵다.

    어른이란 안으로는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하고, 밖으로는 널리 포용하는 삶이 오래 누적된 사람에게 주어지는 훈장과 같은 것이다.

    전통적인 장유위계가 무너진 이후,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스스로의 행동방식이 천차만별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도 하고, 나잇값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차츰 노인이라는 말에서 공경이나 우대가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가끔 나이를 무기삼아 젊은이들에게 노인의 가치관을 강요하다가는 꼰대라고 폄하되기 일쑤이다.

    오늘날 노인의 위상이 이러하니, 귀감이 되는 어른이 더욱 그리워진다. 우리 시대의 귀한 어른 중의 어른으로 한 인물을 들자면 바로 최근에 어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어른 김장하’이다.

    김장하 선생의 인생 스토리도 감동이지만, 우리 이웃의 소박하면서 선한 눈길을 가진 어른의 참 모습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수백억 부자임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뚜벅이, 허름한 옷, 낡은 가구가 정감을 준다.

    권력을 멀리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기꺼이 힘이 되어 주지만,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모임에서는 끝자리에 수줍게 자리 잡고,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자기와 어긋난다고 해서 화내지 않는다.

    이 어른이 이웃을 향한 자기논리는 간명하다. 아픈 사람들로부터 받은 돈을 허투루 쓸 수가 없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뼈아프지 않은 돈은 어디에도 없으니, 흥청거려도 괜찮은 돈은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거름이 되도록 사회에 고루 뿌리라는 교훈이다.

    사람과 세상 자체를 사랑하는 큰 빙산과 같은 인물이라, 그의 속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래서 생불(生佛, 살아있는 부처)이라고 하고, 참된 선비라고도 한다. 어떻게 비유되든 우리 시대의 큰 어른임에 틀림없다.

    박창권(전 합천부군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