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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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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개조도로- 박창권(전 합천부군수)

  • 기사입력 : 2023-01-31 19: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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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서재에 改造到老室(개조도로실)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끊임없이 나를 바꾸면서 늙음에 이르겠다’는 다짐이다. 소신으로 위장된 나의 편협한 아집을 깨부수고자 하는 결기를 현판에 담았다.

    노인의 문턱에 들어선 이후로 문득 나이 듦에 화들짝 놀라곤 한다. 평소에 어떻게 늙어야겠다는 생각이나 어떤 모습의 노인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탓이다.

    내가 노인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최소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완고함보다는 유연함을, 근엄함보다는 자상함을, 위압하는 자세보다는 따뜻한 미소를 지닌 노인을 그려본다. 사람을 관용하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줄 아는, 그리하여 세속의 영욕에서 조금은 달관한 삶을 살아보는 것이 이즈음에 든 생각이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노인상을 그려볼 수 있겠으나,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 갈 것인가는 별개의 과제이다. 이에 마음에 담을 경구(警句)가 와닿았다. 그것은 활도로(活到老), 학도로(學到老), 개조도로(改造到老)이다. 활동하고 배우면서 그리고 자기혁신을 하면서 늙음에 이르겠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서 경계해야 할 것이 아집이다. 나이에 비례해서 폭넓은 이해력이 내공으로 쌓일 것 같지만, 실상은 이와 반대로 진행되기 쉽다. 누적된 경험이 자기 확신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해서 그렇다. 살아온 이력이 화려할수록 아집의 위험이 커진다.

    얼마나 잘 살았는지를 가늠하는 성패는 후반전에 판가름이 난다. 운동경기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초년의 화려함이 노년의 초라함 앞에서는 도리어 서글픔이다. 마음은 안온하고 몸은 자적한 노후를 맞는다면 초년의 고난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양될 것이다.

    이른 아침에 개조도로실에서 바라본 앞산의 장엄한 자태가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안개는 곧 솟아오를 아침 해를 맞을 무대를 연출한 것이리라. 산줄기를 타고 넘은 햇살이 대지를 고루 감싸는 것은 누구에게나 오늘 하루의 찬란한 시작을 알리기 위함이리라. 노년의 내 삶도 한 줌의 햇살마냥 어느 외진 곳조차 두루 포용하는 것은 어떨까.

    박창권(전 합천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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