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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기술 인력이 사라지고 있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22-12-11 19: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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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생산직 사원을 모집했다. 당연히 우리 대학 학생들도 대거 지원하고 면접을 봤는데, 공통 질문이 업무 강도가 높지 않으나 자동화된 라인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단조로운 업무인데 오랫동안 잘 버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다양한 미디어로 세상과 소통하며 자유분방한 성향의 MZ세대들이 단조로운 생산 업무를 못 견뎌 생산 이외의 다른 직무로 옮겨가길 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최근에는 단조로운 업무를 못 견디고 퇴사한 예도 발생했다고 한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대학에서 지원한 학생 중에서 많은 학생이 최종 합격하여 출근하고 있는데, 당연하게도 최종 합격한 학생 대부분은 성적이 우수하고 많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성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로봇자동화시스템 설계나 PLC제어, 로봇 티칭 같은 기술을 배워보라고 여러 번 권유했었지만, 역시나 어렵고 힘든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대기업이 일도 어렵지 않고 연봉도 높으니 당연한 선택이다.

    반대로 그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업체에 로봇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는 이른바 로봇 SI(System Integration) 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우리 대학으로 구인 요청을 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학생들의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그나마 겨우 취업했던 학생들도 2~3년 정도가 지난 후에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최근 1~2년은 이런 기술 직무에 지원자가 아예 없어 해당 직무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경남로봇산업협회 회원사 대표분들과 이 문제에 대하여 심각한 논의를 자주 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인력난이 심각한 한 업체는 해당 기술 인력을 외국에서 구해올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 그 심각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정답은 될 수 없지만, 답답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오래전부터 중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석박사급 연구인력에 대해서는 인건비의 상당한 부분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연구인력 구인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는 설계나 PLC제어, 로봇 티칭 등의 기술 인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고려할 때가 된 것 같다. 중소기업에서 제공할 수 있는 연봉으로는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으니, 일정 부분의 추가적인 인건비를 정해진 기간 지원하고, 정해진 기간 이후에는 기업과 근로자 간의 협의를 통해 계속 근무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면 된다.

    기업으로서는 일단 젊은 신규 기술 인력에 대한 유인책이 될 수 있으며, 지원 기간 동안의 능력 검증 절차를 거칠 수 있다. 학생으로서는 임금 격차가 대폭 줄면서, 직무를 포기하고 연봉만으로 선택하던 대기업 생산직 대신, 창의적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 분야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런 정책도 결코 완전한 해답이 될 수 없다. 결국 최종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야 할 노동환경은 직무의 난이도와 업무의 강도에 따라 임금이 책정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되어야 한다. 직무의 난이도가 높지 않고, 업무의 강도도 낮으면서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연봉이 책정되고, 동일한 조건임에도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의 시발점이다.

    대기업은 현재 생산직 근로자들의 연봉을 낮추고 그 대신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여 고용률을 높이고, 동시에 근로자의 근로 여건을 한층 개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대기업 생산현장의 로봇자동화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는 중소 협력 업체의 발주 비용을 현실화함으로써 중소기업 기술 인력의 실질적인 임금 개선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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