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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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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남FC (상) 무엇이 문제인가

성적 부진·성희롱·갑질… 잇단 악재에 자정능력 잃었다
매년 100억 육박 운영비 지원에도
4년째 1부 못가고 2부 리그 전전

  • 기사입력 : 2022-11-15 20: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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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민구단인 프로축구 경남FC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4년 연속 1부 리그 승격에 실패한 데다 최근 사무국 내 성적 괴롭힘과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휩싸이면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위기를 맞고 있는 경남FC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구단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경남FC 사무국 전경./이민영 기자/
    경남FC 사무국 전경./이민영 기자/

    ◇4년 째 2부 리그 전전= 지난 2006년 1월 17일 K리그 14번째 구단으로 출범한 경남FC는 2017시즌 1부 리그로 승강하고, 2018시즌 1부 리그에서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4년 연속 1부 리그로 승격하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는 ‘경남FC 활성화 지원’ 명목으로 지난 2020년에는 80억원, 2021년에는 108억여원, 올해 2022년에는 96억원의 예산을 지원해왔다.

    경남FC는 설기현 감독이 3년째 지휘봉을 잡았지만 공격전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수비전술 등으로 1부 리그 승격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선수단 관리부실로 시즌 개막 전부터 주요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는가 하면 시즌 중 주축 외국인선수들이 이적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K리그2 5위로 마감, 준PO에 진출했지만 승강전 진출에 실패하면서 경남은 또다시 2부 리그에 잔류하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성적 괴롭힘 등 사무국 운영 문제= 경남FC에서 미투(Me Too·성폭력이나 성희롱 등에 대한 자발적 고발)가 일어나면서 사무국 운영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무국 전 직원인 A씨는 간부 B씨로부터 수년 동안 성희롱 발언과 추행 등의 피해를 겪었다고 밝혔다. 업무시간에 수시로 머리카락을 만지고, 어깨를 주무르는 등 성희롱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A씨뿐 아니라 여러명의 여직원들이 B씨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들은 모두 퇴사했다. 또 다른 간부 C씨에 대해서는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과 욕설을 하거나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B씨나 C씨는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조직의 운영적인 측면,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관리체계가 허술하면서 특정 간부에게 힘이 실리며 갑질 등 무소불위의 힘을 사용하는가 하면,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 및 성비위 관련 규제장치 등도 전무해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구단 내 취업 규정도 허술해 채용과 승진 등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직원이 문제를 일으켜도 징계를 내릴 인사위원회조차 없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인사위원을 위촉해야 하지만 최근에는 위촉을 하지 않아 직원 등의 승진은 물론 취업 규정의 위반에 대한 견제장치가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원에 대한 직급별 승진 누락 문제도 터져 나왔다. 승진할 수 있는 최저 기간을 사원에서 대리는 3년 이상, 대리에서 과장은 4년 이상, 과장에서 팀장은 5년 이상 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8년 차 직원은 여전히 사원인 경우가 있고, 5년 차 직원도 사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로 신입직원들을 뽑으면 곧 사직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팀장에 대한 채용 문제도 불거졌다. 경력직 사원에 대한 채용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았지만 경남FC는 팀장급에 대해 최근까지도 경력직으로 채용해 왔고, 일부에서는 특혜 채용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프로구단 운영에서 사무국이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경남FC는 일부 간부들만의 왕국으로 전락한 셈이다.

    ◇정치에 좌우되는 구단 = 시도민구단의 치명적인 약점은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시도민구단의 구단주는 시장이나 도지사다. 이 때문에 이들은 구단주가 되면 축구나 경영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보다는 선거에 도움을 준 인사들을 대표로 앉히고 있다. 감독선임도 학연, 지연이 얽힌 후보군들이 물망에 오른다.

    사무국장도 프로구단과는 무관한 경남도청 5급 사무관을 파견해 사실상 공무원이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황당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또 도지사가 당연직 구단주가 되면서 경남FC에 대한 관심 성향에 따라 없애지는 못하고 존속에 의미를 두기도 하고 파격적인 예산을 지원하기도 하며 구단의 안정적 운영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최근 경남FC 관련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팬들은 경남도 차원의 경위 파악과 구단 주최 간담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이민영 기자 mylee7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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