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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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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신발-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2-11-15 19: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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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몇 켤레의 신발을 가졌는가?” 갑자기 신발에, 숫자까지 물으니 뚱딴지 같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적절한 지적이다. 잊고 사는 게 많은 요즘, 미운 마음이야 그러면 좋지만 고마움까지 씻어 보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돼 슬쩍 던져본 말이다. 고마운 것 중 놓치고 사는 게 신발이라고 하면 생뚱맞은 이야기인가? 하긴 신발 장수도 아니니 그럴 만하다.

    ▼신발은 모양새나 기능, 가격의 천양지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신는 사람의 삶의 무게를 말없이 지고 견딘다. 동반자이자 보루라는 점에서 고마운 물건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험하고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한 사람을 지켜준다. 직립 보행 때부터 역할과 인연이 시작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늘날에도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착용하는 물건이니, 그 기능이나 역할이 결코 과거에 비해 줄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선사시대엔 특정한 식물이나 나무 외피 등 식물성 섬유를 사용했을 것이다. 샌들은 로마시대에 나타났다고 한다. 일본의 게다, 오늘날 하이힐과 유사한 부류의 신발인 초핀(Chopines)도 있다. 왕정시대 기사들이 신었던 부츠(Cavalier boots), 프랑스 루이 14세 이름을 딴 루이 힐(Louis heels) 등 모양도 다양하다. 기능에 따라 작업화, 안전화, 런닝화, 등산화 등 부지기수다.

    ▼‘10·29 참사’ 보도 중 희생자의 주인 잃은 신발이 잊혀지지 않는다. 시인 나태주의 시 ‘풀꽃’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천천히, 자세히 신발을 살폈다. 발을 꼭 빼닮은 모양, 24시간 지켜주는 고마운 물건. 오래 전 선친이 “(나는 평생) 문 앞에 신발이 여섯 켤레였는데, 너는 일곱 켤레나 되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신발은 각자가 짊어진 인생의 지게이다. 오늘도 신발 끈을 묶고 일터로 간다. 엄마, 아빠, 딸, 아들의 무게만큼 어깨에 지고 하루를 버틴다. 말 없는 신발처럼.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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