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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내가 살고 있는 창원- 김유순(경남여성회 부설여성인권상담소장)

  • 기사입력 : 2022-11-15 19: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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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년 시행된 성매매처벌법에 의해 강요를 증명하지 못한 성매매 여성은 처벌을 받게 된다. 대부분 강요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사회적 낙인도, 자신에 대한 처벌도, 업주의 부당한 착취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당연하게 생각한다. 때문에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를 입고서도 선뜻 법의 도움을 청할 수 없다. 이는 또 다른 착취와 폭력으로 이어지는 족쇄로 작동된다.

    성매매처벌법이 지닌 한계성을 짚고 이를 개정하고자 2022년 3월 성매매처벌법 개정 연대가 발족됐다. 활동의 일환으로 9월 19~25일 성매매 추방주간을 맞아 4박 5일 전국 행진을 하며 이를 알려내고자 했고, 19일에는 창원 상남동에서 행사를 가졌다. 남성중창단의 공연, 연대발언이 이어진 후 거리행진을 하며 별 탈 없이 행사를 마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그 많은 사람이 있음에도 한 남성이 버젓이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이 발견되었고, 현장에 있는 경찰에게 이를 알렸음에도 훈방 조치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후 창원 상남동은 전국의 활동가들에게 전국 행진 내내 회자됐다. 전국 최대 성산업 밀집지역 창원. 건물 하나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곳, 사람이 있든 없든 아무렇지 않게 자위행위가 이루어지는 곳, 이를 신고해도 겨우 훈방조치로 면죄부를 주는 곳. 이를 보고 창원의 성의식을 가늠케 되었다는 말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지난주에 창원에서 열린 성매매경험 당사자 뭉치의 ‘무한발설’ 북토크콘서트에서도 창원에 대한 인상을 말하는데 9월 행사 때 일이 언급되면서 도시의 격이 떨어지는 후진(?) 곳으로 치부됐다.

    창원은 1980년대 호주 캔버라를 본떠 만든 계획도시라 잘 정비돼 있고, 그 어느 도시보다 사람들이 편히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원이 많아 살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기 좋다는 것은 무엇일까. 외적인 환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곳에서 올바른 성의식을 갖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어야 진정 격이 있고, 좋은 도시의 모습이 아닐까.

    김유순(경남여성회 부설여성인권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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