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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점자의 날- 김정민(경제부 차장)

  • 기사입력 : 2022-11-02 19: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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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베이터 숫자 버튼 옆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點字)가 새겨져 있다. 손가락으로 더듬어 점이 찍힌 곳과 찍히지 않은 곳을 조합해 읽을 수 있게 한 특수 부호글자다. 이 점자는 일제강점기 시기인 1926년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문자 세계를 열어주기 위해 만든 훈맹정음이다. 시각장애인들의 훈민정음이란 뜻이다.

    ▼내일(4일)은 제96주년 점자의 날이다. “눈이 사람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두뇌가 사람 구실을 하는 것이니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쳐야 한다.” 훈맹정음을 만든 박두성 선생의 말이다. 1913년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발령받은 박두성 선생은 일본어 점자로 공부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안타까워 1920년 한글 점자를 연구했고, 6년간의 연구 끝에 이를 완성했다.

    ▼훈맹정음은 국제 표준에 따라 6개의 점을 조합해 한글 글자를 조합했다. 왼쪽 위에서 아래로 3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3개 등 총 6개점을 배치해 만든 글자다. 초성 자음 13자, 받침 자음 14자, 모음 21자, 약자 15, 빈칸 등 총 64개 점자만 외우면 모든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점자의 수를 최대한 줄이고, 하나의 점자 표기를 알면 다른 점자 표기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자 장점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자주 섭취하는 컵라면·음료 등 321개 제품에 대해 점자 표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121개 제품(37.7%)만 점자가 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표시한 제품도 가독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식품의 점자 표시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제품을 고르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제품명과 유통기한 등 식품 정보에 대한 점자 표시를 희망했다. 비대면으로 무인가게가 많아지고, 키오스크 보급도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해서라도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됐으면 한다.

    김정민(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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