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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국가 애도 기간- 조고운(정치여론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10-31 19: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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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관공서에 일제히 조기가 게양됐고,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은 결방됐다. 공직자들은 왼쪽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출근했고, 경기에 출전하는 야구·농구 선수들도 모자와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착용하고 뛰었다. 축제 현장에서는 음악소리가 꺼졌고, 어린이집과 학원, 유통가에서는 예정된 핼러윈 이벤트를 줄줄이 취소·중단했다. 17개 시도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SNS에는 추모글이 쏟아진다. 지금은 154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잃은 대한민국의 ‘국가 애도 기간’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애도 기간 선포는 두 번째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희생장병의 해군장이 진행된 4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의 장례기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마지막 날인 2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1년 발생한 미국의 9·11테러 이후 9월 14일에도 김대중 정부가 국가 애도의 날을 지정했었다.

    ▼애도(哀悼)란 누군가 죽은 일을 슬퍼함을 뜻한다. 정부는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할 수 있지만, 개인의 애도를 의무화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애도를 표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자중한다. 게다가 어떤 이들은 슬픔을 통해 더 나은 사회와 삶을 고민하기도 한다. 인간에겐 애도를 통해 삶을 재건하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애도 기간을 보내겠지만 그 슬픔의 크기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또 사랑하는 혈육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 직간접적으로 사고를 당한 부상자와 목격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희생자를 비롯해 남은 이들에게도 사회적 애도가 필요하다. 청년 핼러윈 문화에 대한 점검, 정치권의 책임 논란 공방, 이런 것들은 제발 애도 후로 미뤄두자는 말이다.

    조고운(정치여론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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