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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10월의 마지막 날-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2-10-30 19: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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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이 되면 아이는 등굣길에 유령 가면을 챙겼다. 저녁엔 사탕을 얻기 위해 이웃집 문을 두드렸다. 어린이집, 학교, 학원 할 것 없이 파티 분위기였다. 10월의 마지막 날은 ‘핼러윈 데이’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핼러윈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젊은 축’에 들 가능성이 높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핼러윈 데이는 크리스마스급 명절이기 때문이다. 과열된 축제가 ‘이태원의 비극’을 부르기 전까지는.

    ▼10월은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은 날들의 연속이다.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이 가득’해 보인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 가사처럼 10월은 그런 계절이다. 눈길 닿는 곳엔 찬란한 단풍 빛나고 햇살은 눈부시다. 높은 하늘만큼이나 마음이 들뜨고 선들한 바람엔 콧노래가 실린다.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 아름다움이 샘솟는 계절, 이런 날엔 감사의 마음도 샘솟는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사탕으로 기억하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노래로 기억하는 세대도 있다. 오늘 라디오에선 분명 이 곡이 흘러나올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 말이다. 노랫말처럼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여름과 겨울 사이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이 계절은, 너무 짧아서 아쉽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계절이 지나가듯, 참기 힘든 슬픔도 가슴 벅찬 기쁨도 지나간다. 불행도 행복도, 고통도 환희도 결국엔 다 지나간다. 젊거나 늙거나 우리는 모두 각자의 숙제를 안은 채 생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오늘을 핼러윈 데이로 기념하든 한 자락 노래로 기억하든 10월의 마지막 날은 무심히 11월을 향해 가고 있다. 두 장 남은 달력 앞에서 지난봄과 여름, 가을, 그리고 다가올 겨울을 생각한다. 감사와 슬픔이 교차하는 10월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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