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8일 (일)
전체메뉴

[가고파] 마음 여유- 이준희 (정치여론부장)

  • 기사입력 : 2022-10-28 08:07:09
  •   

  • 옛날 옛적에 세모와 동그라미가 살았다. 둘은 언덕에서 구르는 시합을 자주 했는데 동그라미가 세모보다 항상 빨랐다. 세모는 동그라미를 이기기 위해 언덕에서 구르고 또 굴렀다. 어느새 세모의 모서리는 둥글게 다듬어졌다. 하지만 구를 때 잘 보이던 언덕 주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중간략) 세모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겉모습이 동그랗게 변한 세모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이기주 작가의 ‘동그라미가 되고 싶었던 세모 이야기’다.

    ▼도심을 걷다 보면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보곤 한다. 속도를 줄이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들 것을 판단한 정부가 지난 4월 시행한 안전속도 5030 캠페인이다. 이 말 역시 재해석하면 마음의 여유라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서두름 없이 여유를 갖고 운행하면 빠르게 달릴 때 보이지 않던 주변을 살필 수 있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마음의 여유가 ‘있고 없음’에 따라 자신의 통제력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움은 속에 담긴 뭔가를 덜어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움은 나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며, 자기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이다. 여백이 있는 공간이 생기면 그 빈 공간을 또 다른 무언가가 채운다. 하지만 그 빈 공간을 억지로 채우려 하면 아무것도 채울 수 없는 지경에 처하기도 한다. 오히려 ‘여백의 美(미)’라는 아름다운 말처럼 때로는 비워두는 것도 좋다.

    ▼인생은 예행 연습이 없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직진만 한다면 이 또한 허망한 삶이 될 수 있다. 때로는 가던 길을 멈추고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가져야 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지, 때로는 열심히 일한 사람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이준희 (정치여론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