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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10-26 08: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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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고 한다. 다분히 주관적인 이 명제는 이상의 추구로 귀결한다. 엄밀하게는 이중성을 내포한다. 금력과 권력에 속박된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각다분한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회의적인 시각으로 점철한다. 직업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전통적인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가치관은 내동댕이쳐진 지 오래다. 계층이 아닌 역할의 구별로 자리했다. 자본주의와 실용주의적 가치관의 사회로 발전한 결과다.

    ▼자본주의 핵심은 능력주의다. 재능을 발휘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게 자본주의 논리이자 약속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 흔들리는 정황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부와 가난의 대물림은 태생적 양극화를 고착화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와 자아를 마비시킨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 존엄성은 반비례하는 기형적 형태로 나아간다. 사회 갈등과 대립의 시한폭탄은 언제든 터질 태세를 갖추고 있다.

    ▼‘부의 불균형 분배’에 대한 저항은 현실화했다. 최근 전 세계 20~30대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확산되고 있다. 맡은 업무만 하고 애면글면 회사 일에 관여치 않는다는 신조류다. 직장은 다니면서도 퇴사나 다름없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한다는 태도다. 엄밀하게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 속내다. 경쟁적 노동환경 속에서 일과 일상의 균형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본다.

    ▼‘평생직장’을 모토로 개인 생활보다 일을 중시하는 ‘허슬(hustle)문화’가 있다.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출근길 등을 떠밀었다. 이 ‘꼰대’ 세대는 신념을 뒤흔드는 새로운 직업관이 끼어들 틈을 허락치 않는다. 그렇다고 ‘조용한 사직’을 세상 물정 어두운 젊은 세대의 철없는 소리로 치부하는 건 맞지 않다. 새 트렌드의 등장은 절망에서 탈출하려는 몸부림이다.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고 실익을 우선하는 ‘영리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이상권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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