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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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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언총(言塚)-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2-08-03 20: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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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전당시에 풍도(822-954)란 정치가가 쓴 설시(舌詩)에 ‘口禍之門 舌斬身刀(구화지문 설참신도) 閉口深藏舌 安身處處宇(폐구심장설 안신처처우)’라는 구절이 있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감춰야, 가는 곳곳마다 내 신심이 평온하다는 뜻으로 말을 함에 있어 상대방을 배려하며 항상 예의 바르게 말을 하라는 말조심에 대한 경각심을 담고 있다.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마을에는 말 무덤 ‘언총(言塚)’이 있다. 달리는 말 무덤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말을 묻는 고분이다. 산세가 마치 개가 입을 벌리는 듯 해 ‘주둥개산’이라 불리는 대죽마을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싸움이 일어나는 등 싸움이 끊이질 않자 한 과객의 말에 따라 개 주둥이의 송곳니 위치에 날카로운 바위 세 개를, 개의 앞니 위치에 바위 두 개로 재갈바위를 세웠다. 그리고 마을 사람에게 사발을 하나씩 가져오게 한 뒤 주둥개산에 큰 구덩이를 파놓고 서로에 대한 원망, 비방, 욕을 사발에 뱉은 후 깊게 파묻게 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번 내뱉은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아서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다.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희망을 주기도 한다.

    ▼요즘 정치권이 막말 논란으로 시끄럽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총질 당 대표’ 메시지에, 이준석 대표는 양의 머리를 걸고 뒤에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拘肉)’ 표현으로 맞서는 등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입은 말을 하라고 있는 것이지만 쓸데없는 망언은 상대방에 뼈아픈 상처를 준다. ‘이청득심’이라는 말처럼 말을 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경청’이 먼저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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