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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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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48)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뜻 품은 글자들이 선 채로 잠들어 있구나

  • 기사입력 : 2022-07-26 21: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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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겨내기 위해 잊는 법을 배웁니다

    곱게 뻗은 길을 따라 무심히 걷다 보면 성근히 꽂아둔 글자를 만나게 됩니다.

    실은 낱낱의 글자들이 품은 뜻을 나는 알아보지 못하니 창 틈새로 가만 바라볼 뿐입니다.

    그러면 저들은 이겨내기 위해 잊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칼을 들고 피를 흘려야 하지 않았냐는 의구심을 품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로부터 찌르려는 자와 막는 자의 대결에서 승자는 없었죠.

    유일한 승리는 세월의 몫입니다.

    그러니 이겨내기 위해서는 믿음이라는 침대에 몸을 맡길 줄 알아야 해요.

    선채로 곱게 잠들어 있는 저들처럼요.

    아무래도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깰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대결이 끝없이 생겨나는 까닭이에요. 이겨내려는 걸 잊어야 하죠.

    그들이 기지개를 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조바심은 내지 않습니다.

    기댈만한 믿음의 존재만으로도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으니까요.


    ☞ 신라 애장왕 3년(802년)에 창건된 해인사는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에 위치해 있다. 대한민국 국보이자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과 이를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으로 유명하다. 화재로 인해 7차례 중수하였는데 화재 때마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만은 화마를 피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김영환 장군이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일화 역시도 잘 알려져 있다.

    원 침략기에 불교의 힘으로 외적을 물리칠 목적으로 고려 고종 23~38년(1236~1251년)에 걸쳐 제작된 팔만대장경은 본래 강화도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조선 태조 때 해인사로 옮겨져 현재에 이른다. 한 글자를 새길 때마다 세 번씩 절을 했다고 하는데 이런 정성 덕분인지 팔만대장경에 새겨진 글자는 약 5200여만 자인데 오탈자가 거의 없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팔만대장경에 쏟은 정성이 어땠는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시·글= 이강휘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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