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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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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인격권 보호를 위한 또 한걸음-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7-24 20: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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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법무부가 민법에 인격권 조항을 명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안에 따르면 민법 제3조의 2를 신설해 인격권을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로 정의하고, 인격권 침해의 중지나 침해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인격적 이익에 대한 침해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를 통해 직장 불법 녹음 및 촬영, 직장 내 갑질, 학교폭력, 온라인 폭력, 가짜 뉴스 유포, 디지털 성범죄, 메타버스 상 인격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에 대한 대처가 적절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에도 인격권 침해에 대한 법적 규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인격권은 헌법 제10조를 근거로 인정되는 가장 중요한 권리 중에 하나고 일정한 경우 형사처벌 등 공법적 규제의 대상이 된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사적 구제도 인정된다. 인격권에 대한 침해는 민사상으로 불법행위를 근거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발생시킨다. 금지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었기에 논란이 있었다. 이미 침해가 이뤄진 후에는 손해배상과 같은 수단으로는 완전한 회복을 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금지나 예방은 누군가의 행동을 과하게 제한한다는 측면 역시 존재하므로 쉽게 인정할 것은 못 된다. 그럼에도 이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의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사실 위와 같은 입법안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법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최근 많이 보이는 이러한 움직임이 자칫 입법만능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특히 이 규정의 신설은 ‘최소한 사적 구제의 영역에서는’ 그동안 재산권의 보호에 치우친 것으로 보이는 우리의 법제도에 있어 의미가 작지 않다.

    개인 간의 사적 구제는 사법인 민법에서 대부분 규율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재산권 보호에 치우쳤다는 것도 민법이 물권과 채권으로 대별되는 재산권을 중심으로 규율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인식되기 십상이다. 심지어 이러한 내용의 민법을 재산법이라고 칭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민법에서 보호하는 권리가 재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비재산적 권리로 인격권을 대표적인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호를 민법에서도 분명히 하기에 이른 것이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인격권 보호에 대한 사적 구제의 핵심은 침해에 대한 금지 청구 및 예방청구다. 하지만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타인의 자유 혹은 권리에 대한 제재로 이어진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내 인격권만큼 상대의 자유와 권리도 중요하다. 이의 미묘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다.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어떤 행위가 용납되고,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한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인격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도 쉽지 않은 문제다. 손해배상은 이미 이뤄진 침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사적 구제 방법인데, 재산권에 대한 침해와는 달리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런 경우의 손해를 위자료라고 하는데, 산정 자체가 쉽지 않음은 물론, 우리나라 법원에서 인정하는 위자료는 그 금액이 크지 않아 실질적인 권리구제방법으로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앞으로 이에 대한 분쟁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산정의 기준을 마련하고, 그 액수를 현실에 맞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모든 문제에 있어서 마찬가지겠지만, 인격권 보호에 있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식개선이다. 위와 같은 법의 변화는 특히 인식개선에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격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법이 발맞춰 변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실질적으로 변화되는 내용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이렇게 인격권 보호를 위한 또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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