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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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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미(美)로서의 정치-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 기사입력 : 2022-07-19 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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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공동체 생활을 위해 도덕적 윤리와 규범을 정해 질서를 유지한다. 이러한 윤리와 규범은 정의(正義)라는 명제를 실천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 정의를 공동 사회적으로 이루기 위한 노력 중의 하나가 곧 정치행위이다. 정치란 궁극적으로 정의의 실천을 통한 공평성을 이루고자 하는 집단의 도덕 윤리적 노력인 셈이다.

    그러나 역사에서 정치의 현실적 결과는 상생상화(相生相和)하는 사회의 구현과는 거리가 먼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정쟁(政爭)의 장으로 역사에 기록돼 있고, 지금도 그러한 현실이다.

    정(正)의 본래 의미는 다른 부족 마을을 침략하는 것이며, 정(政)은 그렇게 침략한 마을을 지배하고 복속시키기 위해 상대에게 위력을 행하는 의미의 글자이고, 정(征)은 그곳에서 부세(賦稅) 즉 세금을 부과하는 행위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정(正), 정(征), 정(政)은 모두 한 계통의 글자이다. 의(義)는 양(羊)을 희생물로 죽이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로서, 그러한 죽임이 신의 뜻에 맞게 한다는 의미와 나의 뜻에 부합하기에 옳다는 뜻을 가지게 된다. 여하튼 이 네 글자가 모두 상대를 무력으로 복속시키거나 희생물로 삼는 폭압적 의미를 애시당초 갖고 있었다.

    논어 안연편(顔淵編)에 나오는 말을 보자.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공자가 말한다. ‘정치란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대가 바르게 행동하면 누구인들 바르게 행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季康子問政於孔子, 孔子對曰 政者正也 子率以正 孰敢不正)’라고 하여, 정(政)을 바르게 하다 정(正)이라는 뜻으로 풀고 있다.

    위정자 본인부터 먼저 올바른 인간이 돼야 한다는 것은 유가(儒家)의 정치 이상론에 지나지 않지만, 권력은 언제나 정당하게 집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미 이렇게 정(政)과 정(正)이 가진 폭력적 최초의 의미가 도덕과 윤리성을 내포한 정치 철학적 의미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먼저 자신을 수양해 남에게 모범을 보여서 본받게 하라는 것이다. 이러함이 진정한 정의의 실천으로서 정치행위라는 관점이다. 그러기 위해서 제시된 공자의 말은 ‘이덕위정(以德爲政)’, 즉 덕행(德行)으로서 정치를 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덕(德)은 자기 수양과 자기희생을 의미한다. 공평을 위해서 사리사욕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봉사정신의 실천이 덕행이다. 위정자들은 덕행으로서 서로 경쟁하는 정쟁(政爭)을 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를 하는 것이지 사리사욕이거나 집단 이익을 위해 정쟁을 한다면 망하지 않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정치 방법은 공약(公約)이라는 덕행의 실천 경쟁을 통해 선거라는 방법으로 권력을 잡는다. 정권(政權)이란 정치를 통해 사회적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저울질하는 것이다. 권(權)은 저울로서 경중을 따져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나, 그 경중의 우선순위가 반드시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변할 수 없는 옳음을 말하는 정치개념으로 경(經)이 있다. 경이 원칙이라면 권은 변용인 셈이다. 경을 근간으로 권을 행사해 대동사회를 이루는 것이 정치의 지고지순한 수단이자 목표이다. 작금의 이 나라 정치 행태를 본다면 본말이 전도돼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모든 원칙은 나로부터 시작하고 모든 저울대는 나의 이익을 위해 기우는 것 같다. 말하자면 ‘정(正), 정(政), 정(征)’ 이 세 글자의 탄생에 담긴, 그 고대 사회의 폭력적 의미가 문명화된 현재에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정치적 행태가 교만과 오만을 넘어서, 마치 야만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모두 자기 반성의 내적 혁명을 통해 야만성과는 이별을 고하고 문화적이고 심미적인 정쟁을 볼 수 있는 시대를 꿈꾸어 볼 때이다.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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