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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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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실패를 연습하는 학교- 정호영(한국초중고등학교장 총연합회 이사장)

  • 기사입력 : 2022-07-12 2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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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학교의 비전을 〈DREAM〉으로 정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가꾸며, 이룰 수 있는 ‘꿈의 학교’가 되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며, 그런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기도 했다.

    성경에서는 이러한 믿음을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먼저 마음에 ‘꿈’을 가져야 된다는 것이며, 이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강렬한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함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귀머거리며 벙어리요 소경이었던 헬렌켈러는 ‘가장 불행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눈이 있어 보기는 보아도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꿈’이 있는 사람은 어떤 형편과 조건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많은 연구의 결과에서 검증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꿈’을 가지고 있었고,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인내와 열정의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꿈의 실현에는 ‘일만 시간의 법칙’처럼, 현재 주어진 상황의 끊임없는 연습과 도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미래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모든 인생을 포기한 것처럼 ‘수포자’, ‘영포자’를 핑계 삼아, 책상에 엎드려 잠자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자괴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학교 붕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수백만명의 청소년들과 교사들이 서로의 시간을 죽이며 삶을 낭비하는 이 현실은 국가적 재난상황에 가깝다. 누구에게나 학습의 과정에서 실패의 경험은 불가피한 것이며, 교육적 차원에서도 실패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기에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충분히 잘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있음에도, 한두 번의 실패로 학생의 모든 영혼들이 무너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실패를 연습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학생의 실패 경험은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되며, 한두 번쯤은 겪어야 하는 시련과 역경을 극복해가는 연습과 학습의 학교 현장이 돼야 한다. 그렇기에 교육은 선착순 달리기가 아니라, 장기전의 인생 마라톤이다.

    목표 지향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모두가 행복의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는 마라톤이다. 한두 번의 내신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진학하지 못했다고, 취업에 몇 번 실패했다고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아직 절반도 나아가지 못한, 마지막 결승점까지 남아있는 수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다.

    개인마다 다른 속도와 능력에 따른 목표 지향점을 조절하면 모두가 성공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교는 실패의 두려움에 무디어지는 연습, 실패를 연습할 수 있는 교육현장이 돼야 한다.

    실패는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 실패를 분석해 새롭게 시도하고, 계속 도전하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 토머스 에디슨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한 것처럼, 1000번의 실패 끝에 비로소 전구를 발명할 수 있었다. 그것은 1000번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수많은 실패의 연습이었다.

    이러한 실패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례로는, 일본을 중심으로 ‘실패학’이라는 학문으로 정립되기도 했고, 미국 심리학자 새뮤얼 웨스트는 실패 박물관‘을 열었으며, 실리콘 밸리에서 탄생한 실패 공유 콘퍼런스 ’페일콘‘도 남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시험받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한 것처럼, 실패가 가져다준 시련이 인류 미래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혁신하는 긍정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상처없는 사람, 실패 없는 인생이 없듯이, 자기에게 주어진 실패를 잘 견디고 이겨냄으로 더 찬란한 만족과 행복감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어두운 시간은 해뜨기 바로 직전의 시간’인 것이다.

    정호영(한국초중고등학교장 총연합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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