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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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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45) 고성 장산숲

초록 연못에 우뚝 서 있는 오래된 애인

  • 기사입력 : 2022-06-15 0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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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애인


    무성한 눈꺼풀 감았다 뜨는 사이 초록의 연못에서 머리를 감는 나무, 나무들이 휘파람 불면서 머리를 들어 올릴 때 묘비처럼 우뚝 서 있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백 년 아니 몇백 년을 같이 살아도 기척을 늦게 알아챈 나는, 혹은 당신은 너무 오래된 애인입니다

    동그랗게 몸을 말아 자다 깬 짐승 새끼처럼, 그런 마음으로 밖을 보면 눈동자도, 눈동자에 담긴 구름도 초록빛으로 물들겠지요 그러면 그때

    이미 숲이 되어 번진 서늘한 그림자, 당신이 있겠지요 우렁우렁 여름밤 천둥처럼 초록도 한참 깊어가겠습니다


    ☞ 사람도, 나무도 오래되면 편안한 느낌을 주는데 고성군 마암면의 장산숲이 그렇다. 사계절이 다 아름다운 숲이다. 각종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그늘과 바람이 좋다. 이팝나무, 소태나무, 서어나무, 검팽나무, 느티나무 등등 무성한 나뭇잎이 초록의 물결을 이룬다. 나무는 언제나 옳다.

    퇴계 선생의 제자였던 천산재 허천수선생이 연못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노산정이라 짓고 즐기던 곳이라 한다. 그 당시에는 연못에 낚시터도 있었을 만큼 규모가 꽤 컸으나 지금은 많이 작아진 것이라고. 1987년 지방기념물 제86호로 지정되었다. 숲 맞은편에 있는 허씨 고택도 있으니 꼭 둘러보시라. 구름과 나무와 연못이 어우러진 장산숲은 멀지 않은 거리이니 지금 한 번 가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시·글= 이서린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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