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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내로남불 시대- 김용훈(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5-09 20: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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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말이다. 즉 같은 상황에서 ‘나는 괜찮고 너는 나쁘다’는 이중 잣대를 빗댄 신조어이다. 하지만 이 단어는 이제는 신조어라고 불리기에는 무색할 만큼 이미 우리의 언어에 깊숙이 자리 잡아 통용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필수 단어가 됐다.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언제부터 쓰였을까. 이 단어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것 또한 정치권이다. 1996년 대한민국 15대 총선 직후 여소야대가 된 정국에서 당시 신한국당이 무소속 의원 등 11명을 영입하자,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신한국당의 ‘의원 빼가기’를 비판했다. 당시 신한국당 박희태 의원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부동산을 하면 투자, 남이 사면 투기”라며 야당의 주장에 반박했다. 내로남불의 첫 공식 데뷔는 정치권이었던 셈이다.

    ▼이후로도 내로남불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애용(?)하는 단어가 됐다. 대상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2015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여야 갈등을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을 비판하며 이 단어를 썼다. 문재인 정부 또한 내로남불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020년 교수신문은 그해의 사자성어로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바꾼 ‘아시타비’ (我是他非)를 선정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뜻의 아시타비는 교수들이 창작해 낸 현대의 사자성어이다.

    ▼내로남불은 특히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단어이다. 이번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오르내린다. 이해 충돌, 위장 전입, 자녀의 군 면제, 입시 부모 찬스 등 어쩌면 이렇게 드라마의 재방송처럼 때만 되면 펼쳐지는 것일까. 정치권의 내로남불은 언제쯤 종식될까. 그러기는커녕 마치 바이러스처럼 사회 전반에 퍼지는 듯하다. 바야흐로 내로남불 시대다.

    김용훈(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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