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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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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22일 '지구의 날' 기후시민 일기 보기

무해해지구 싶은 날

  • 기사입력 : 2022-04-21 21: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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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를 위한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한 거죠”. 지구의 날(Earth Day)이다. 지구의 날은 지난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서 발생한 해상 원유 유출 사고 이후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1970년 4월 22일 미국 위스콘신 주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이 제정 움직임을 이끌고 하버드생인 데니스 헤이즈가 행사를 주도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당시 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환경 집회에 참여하고, 자동차의 통행이 금지되는 등 성과를 이끌어냈다. 1990년 세계 150여개국이 지구의날 행사에 참여하면서 세계적 규모의 시민운동으로 번져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지구의 날 전후 일주일간 기후변화 주간으로 정해 기후변화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 생활 실천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캠페인은 ‘전국 소등행사’다. 오후 8시부터 10분간 동시에 건물 안팎을 소등하는 것으로 10분간의 소등행사만으로도 30년생 소나무 403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 온실가스 2600㎏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구의 호소가 큰 산불과 홍수, 가뭄 등 이상기후현상으로 더 도드라지고 있는 요즘, 주로 까탈스럽고, 불편하며, 귀찮은 존재로 여겨졌던 기후시민은 환경보호를 중심으로 하는 시선을 가진 어디든 모셔야 할 최고의 고객이 됐다.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시민이 되겠노라 다짐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후시민으로 살고 있는 여러 시민들의 삶을 한데 모아 한 가상의 기후시민의 일상을 구성했다. 기후시민은 지구에 살면서 인간의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삶 속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시민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부분만 골라 각자의 삶에도 적용해본다면 탄소중립의 시대가 성큼 다가서지 않을까.

    환경문제 알리려 ‘지구의 날’ 제정… 올해로 52주년
    1990년 세계 150여개국 참여하면서 시민운동으로

    우리나라, 지난 2009년부터 ‘기후변화 주간’ 정해
    대표적 캠페인은 10분간 불 끄는 ‘전국 소등행사’
    비건 음식 먹기·다회용기 쓰기 등으로 환경 실천

    기후시민
    기후시민

    07:00 일어나자마자 잠깨러 화장실을 향한다. 알약 크기의 고체치약 하나 물고 씹다가 대나무로 만든 칫솔로 양치하니 개운하다. 마무리는 생분해가 가능한 실크로 만든 치실로. 이건 휴대하기도 편해서 들고 다니면서 이쑤시개 대용으로 쓴다. 폼클렌저와 샤워젤도 비누로 바꿨다. 하나면 얼굴과 몸까지 모두 쓸 수 있어 편하고 거품도 잘 나서 대만족하고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를 자주 버리지 않게 돼서 마음의 짐도 덜었다. 샴푸와 린스, 로션과 스킨은 근처 ‘리필스테이션’을 찾아 빈용기에 담아와서 쓴다.

    07:40 아침은 우유와 계란없이 쌀가루로 만드는 비건 쌀식빵과 딸기잼 조합으로 챙겨먹었다. 초코 귀리우유랑 먹으니 꿀맛이다. 아침에 그냥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프기도 했고 밀가루를 좋아해도 먹고 나면 속이 불편했는데 비건 빵들은 확실히 소화가 잘 되는 편. 잼을 많이 덜어서 밀랍으로 만든 천연랩으로 덮어두고 왔다.

    기후시민

    08:30 출근길 버스안, 정직하게 농약을 쓰지 않고 키웠지만 못생긴 생김새로 퇴출 위기에 놓인 농산물들로 만든 키트를 주문했다. 해당 농산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의 조리법까지 보내온다니 신선한 농산물을 가성비 있게,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포장이 찢어지는 등 제품에는 문제 없지만 판매가치가 떨어진 제품을 버려질 위기에서 구출해달라는 포스팅에도 눈길이 간다. 내가 필요한 제품 중에 구출해줄 상품이 있을 것 같은데!

    기후시민

    09:00 출근. 업무의 시작은 커피와 함께…. 회사 근처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면 5잔의 커피를 무료로 주고, 텀블러를 갖고 올 때마다 20%씩 할인해줘서 텀블러 챙기는 습관을 기르게 됐다. 회사 동료들에게도 선물할까 고민중. 패턴을 좋아해서 샀지만 얼룩져서 못 입게 된 셔츠로 텀블러백을 만들었는데 하나뿐인 것이라 요새 애착이 가는 물건 1위에 등극했다.

    12:00 기다리던 점심시간. 날씨가 너무 좋아서 동료들이랑 공원에서 봄꽃을 감상하면서 먹기로 했다. 탕비실 한구석에 넣어둔 다회용기를 들고 단골 김밥집으로 출동. 전화해 미리 예약해둔지라 방금 말아주신 김밥을 용기에 넣고 와서 공원에서 맛나게 먹었다. 아, 어묵국물 담을 용기를 깜빡. 다음에는 텀블러도 챙겨올 테다. 처음엔 바쁜 시간이라 귀찮게 여기실까봐 걱정했는데 요즘은 ‘용기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먼저 말씀을 해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15:30 옥상에 동료들과 함께 기르는 바질에 물주러 가는 일이 요새 일과의 낙 중 하나. 계속 컴퓨터 앞에서 일하다가 옥상에 올라가서 바람도 쐬고, 무섭게 자라는 초록초록한 바질을 살피는 일도 즐겁다. 수확할 정도가 되면 모두 함께 바질 페스토를 만드는 수업을 듣고 직접 페스토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18:00 퇴근길, 다음달 제주 여행에서 탈 차를 골라본다. 이동을 많이 하지 않을 것 같아 친구랑 차량공유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무공해차를 이용하면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5000원 적립할 수 있다. 회원가입을 하고 종이 영수증대신 전자영수증을 받거나, 리필스테이션에서 세제, 화장품을 사거나 하는 등 탄소중립적립가능한 일들을 실천하고 연간 7만원까지 쌓을 수 있어 쏠쏠하다.

    18:30 옷을 급히 갈아입고 러닝크루들과 플로깅(줍깅) 하기! 혼자 뛸 때는 재미없었는데 확실히 함께 하니 계속 오게 된다. 오늘도 종량제 봉투 한가득 담긴 쓰레기들. 앉았다 섰다 하니 운동도 더 되는 느낌이고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크루들과 줍깅하다 보면 시민분들이 좋은 말씀해주셔서 괜히 뿌듯하다.

    기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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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 오늘은 제52회 ‘지구의 날’. 저녁 8시부터 시작되는 소등에 참여하기 위해 보조제 없이 100% 양봉에서 나오는 밀랍으로 만든 밀랍초를 준비했다. 다함께 환경을 위해 연대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 치킨을 시켜놓고 우리 아파트의 동참자가 제일 많기를 바라본다.

    기후시민

    22:00 지구의 날이다 보니 환경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나 개인 SNS 계정에 ‘쓰레기 일기’를 쓴 분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 하루 동안 배출한 쓰레기를 나열하는 것. 보다보면 숨만 쉬어도 쓰레기가 생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나는 매일 쓸 자신은 없어 오늘만이라도 떠올려보자면, 배송온 새 점퍼와 옷을 싸고 있던 비닐, 치킨이 담긴 포장재, 치킨무용기, 콜라캔, 천원샵에서 산 노트 비닐과 매일 나오는 KF94 마스크가 있었네. 쓰레기를 좀 줄여보려고 하지만 어렵다. 비닐 포장을 좀 덜어내면 좋으련만.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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