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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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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걸레-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2-04-18 2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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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흔히 마룻바닥 등의 더러운 것을 닦을 때 사용하는 ‘걸레’를 더럽고 지저분한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사실 걸레는 우리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다. 집안 곳곳의 먼지와 더러운 것을 말끔히 닦아주는 살림꾼이다.

    ▼음식물 쓰레기, 집 앞 생활 쓰레기 등을 치우는 미화원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어떨까? 이들이 없으면 집 앞은 물론이고 도심 전체가 온통 쓰레기 대란을 겪게 될 것이 뻔하다. 심한 악취가 진동하고, 온갖 쓰레기들이 도심 곳곳에 나뒹굴 것이다. 쓰레기를 치우는 분들의 소중함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이들에게 쉽게 다가서질 못한다. 왠지 냄새가 내 몸에 밸 거 같고 불결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이다. 기우에 지나지 않지만, 편견이라는 고정관념이 이처럼 무섭다.

    ▼우리는 정작 더러운 것을 못 보고 산다. 흔히 우리는 더럽고 문란하며 난잡한 사람을 일컬어 ‘걸레’라고 낮잡아 부른다. 비슷한 표현으로 ‘걸레부정(不淨)’이란 말도 있다. 정치가 그렇다. 서로의 당리당략에 따라 설전과 난투극이 난무하는 국회를 볼 때면 한마디로 진절머리 날 때가 많다. 이런데도 사람들은 이들에겐 너그럽고 관대하다. 정작 더러운 것을 치우는 사람들은 괄시하고 무시하면서 말이다. 혜안을 가져야 한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진짜 내면의 볼 수 있는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걸레가 더러운 것인지, 더러운 것이 묻은 세상이 더러운 것인지 한번 되물어보자. 아동문학가 오은영씨의 시 ‘참 어려운 일’에서 걸레가 되는 일이다/ 너도나도 더럽다며 멀리해도/ 내가 쏟은 김칫국물 현수가 쏟은 먹물/ 제 몸 던져 닦아내는 걸레가 되는 일이다/ 걸레가 지나간 발자취 반짝! 빛난다’라고 했다. 걸레는 이처럼 누구도 하기 싫은 것을 묵묵히 해낸다. 그리고 걸레가 지나간 그 자리는 광채가 난다. 이렇듯 내 존재를 드러내려 하지 말고 세상의 더러운 것을 닦아내는 걸레가 돼야 한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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