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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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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벼슬길-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4-15 07: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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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다산은 정조의 ‘핵관(핵심 관계자)’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28세에 문과 2등으로 합격해 규장각 초계문신으로 벼슬길에 올랐다. 왕의 총애를 받으며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천주교를 박해한 신유사옥에 연루돼 폐족으로 전락한다.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지어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는 집안이다. 18년간 유배 생활은 덧없는 권력의 부침을 대변한다.

    ▼다산은 벼슬살이의 바른길을 단순 명쾌하게 정의했다. 두려움(畏)과 버림(棄)의 마음가짐이다. 의(義), 법, 상관, 백성에 대한 두려움을 간직하면 방자하지 않아 허물이 적다고 했다. 또 자신의 옳은 행동에 장애가 있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으면 벼슬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각오로 ‘버릴기(棄)’ 글자를 벽에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40여일 이후엔 새로운 ‘지역 권력’이 탄생한다. 4년간 주민의 생사고락을 쥐락펴락할 주민 밀착형 권력이다. 꼼꼼하고 면밀하게 후보를 가려야 하는 이유다. 공천(公薦)은 공적으로 받들어 천거한다는 의미다. 공익을 위해 일할 인재를 공정하게 추천한다는 말로 굳어졌다. 사심 없이 추천한다는 뜻도 담겼다. 유권자를 두려워하고 자리 차지하기에 급급하지 않은 후보자 선택이 절실하다.

    ▼대중 앞에 나서는 이들은 자기 검증이 우선해야 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경남지역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578명 중 절반에 가까운 260명(44.9%)이 전과 기록을 신고했다. 자신조차 관리하지 못하면서 세상의 선택을 받겠다고 나선 자체가 유권자 모독이다. 다산은 대과 합격증인 홍패를 받던 날 공정과 청렴을 다짐한다. “능력이 부족해 온전히 나랏일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공렴(公廉)을 새기며 정성을 다해 일하겠다”고 벼슬길 포부를 밝혔다. 선출직에 나서는 이들이 가슴에 새길 말이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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