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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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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탐방 (3) 김해 무계마을 참새방앗간

참새 같은 동네 아이들 마음껏 드나드는 ‘교육 방앗간’
지역주민 주축 ‘지역중심 마을학교’
아이·어른이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

  • 기사입력 : 2022-04-12 21: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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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과 어른들을 잇는, 마을과 하나가 되는 과정이죠.”

    지역민 스스로 지역의 아이를 키우는 마을학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마을공동체 조성이다. 마을학교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잇고, 또 어른들은 아이들을 통해 더 협력해 나가며 함께 어우러진다. 김해 행복교육지구의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은 마을학교 유형 중 지역중심 마을학교이다. 지역중심 마을학교는 행복교육지구에서 비영리단체 등에 위탁해 운영하는 마을학교로 지역민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참새방앗간 조미향 대표에게 마을학교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는 마을학교를 ‘아이들과 어른들을 연결하고 묶어주는 보조자’라고 했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조미향(오른쪽 여섯 번째) 대표가 무계마을알리미 참새 양성과정을 수료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참새방앗간/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조미향(오른쪽 여섯 번째) 대표가 무계마을알리미 참새 양성과정을 수료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참새방앗간/

    ◇마을 아이들의 엄마로= 무계마을교육공동체참새방앗간은 장유초등학교 학부모와 무계마을 지역민들이 주축이 된 마을교육공동체이다. 세 아이의 엄마인 조미향 대표는 벽화 그리기, 도자기 수업 등 여러가지 재능기부를 하다 김해행복교육지구의 학부모 연수를 시작으로 마을교사가 되었고, 지난해 3월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들과 함께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을 만들었다. 조 대표는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기부로 학부모 활동을 하던 평범한 엄마들이 마을교사가 되어 마을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며 “참새방앗간은 마을교육과정으로 학교와 연대하고 협력해 우리 아이들을 함께 교육하고자 하는 마을교육공동체이다”고 말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무계마을은 참새가 많아 옛날에는 참새가 집집마다 찾았다고 한다. 조 대표는 “아이들이 참새처럼 언제나 마음껏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마을에 만들어 주고 싶어 무계마을교육공동체를 참새방앗간이라는 이름으로 짓게 됐다”고 말했다.

    참새방앗간은 지난해 여러 프로그램 외에도 마을과 연계된 다양한 활동들을 했다. 그 첫 번째는 ‘무계마을교과서 만들기’이다. 초등학교의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6개월동안 ‘마을교과서’를 만들었고, 약 400여권의 마을교과서를 배포해 지역의 초등학교 2, 3, 4학년 380여명의 아이들과 마을교과서 수업을 진행했다.

    ◇마을과 하나되다= 참새방앗간은 지역민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활동이 두드러진다. 무계마을은 장유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있었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마을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지역민 조차도 가장 가까이에 살면서도 무계마을안에 어떤 건물과 유적지 등 공간들이 있고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조 대표는 “마을의 쓰레기를 줍는 ‘줍깅’ 활동을 하는데, 갑자기 많은 아이들이 마을로 찾아와 시끄러웠을 법도 했다. 그런데 직접 삶은 고구마를 내다 주시며 아이들이 찾아오니 너무 좋다고, 외롭지 않아서 좋다고 하시던 어르신의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마을을 단순히 찾는 것만이 아닌, 마을 알리기를 본격적으로 해야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마을 알리기의 전도사가 되는 ‘무계마을알리미 참새 양성과정’이다. 초중등 약4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돌며 마을의 알리고 싶은 장소들을 영상에 담았고 마을을 돌다가 쓰레기가 많이 버려진 것을 보고 아이들이 직접 쓰레기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마을을 알리는 웹자보도 만들고, 기사도 쓰고 직접 찍은 영상들을 편집하여 유튜브채널로 마을을 알리는 활동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쓰레기가 치워진 곳에는 꽃밭이 조성됐다. 마을에 있는 무계천에서 돌멩이를 주워와 그 돌멩이를 예쁘게 색칠하고 그림도 그려 울타리를 만들고, 흙과 거름을 채워 버려지는 항아리와 화분들로 꽃밭을 만들었다. 마을학교 운영의 일환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동참했다.

    조 대표는 “아이들과 흙을 나르고 있을 때 이장님이 보시고 트럭으로 흙을 운반해서 날라 주었다. 전 면장님과 동네 할머니께서도 보시고 따뜻한 차도 내 주시고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셨다”며 “그 모습에 우리 아이들이 하는 말이 ‘우리마을 어른들 참 좋으시다’였다. 그렇게 마을과 아이들이 함께 마음으로 연결되어 가는 것, 그것이 마을교육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무계마을에는 150년이 된 정자나무도 있고 청동기유적인 무계마을지석묘, 그리고 3·1운동기념탑 등 다양한 이야기가 서린 역사적 장소들이 있다. 참새방앗간은 어르신을 통해 들은 그 장소의 이야기들을 마을의 아이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옴니버스식으로 엮은 ‘무계마을이야기그림책’을 제작해 지역의 학교와 동사무소등 다양한 곳에 나누어 주기도 했다.

    조 대표는 “지역의 어르신, 아이들,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이 함께 참여한 무계마을환경캠페인도 열며 마을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아이들과 함께했다”며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다시 마을을 찾는 것을 보면서 마을에 대한 애착과 그 성장하는 마음에 가슴 뭉클하고 또 놀랍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삶이다= 참새방앗간은 성인 대상 프로그램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이야기 선생님 양성 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마을에는 3·1 운동의 역사라던가 건물, 장소에 대한 숨은 역사적 이야기들이 많다. 지역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직접 이야기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마을 교육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악기 연주, 공연 등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배움의 열망은 나이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마을 어르신들과 도자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어른신들 또한 배움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과 교육이 있으면 좋을지 의견도 많이 내주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획일적 수업을 경계하며 세대간 연결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을 짜놓고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을학교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만나서 함께할 수 있는 기회와 접점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함께 하고 싶은 것을 촉진하고 확장하는 그림자이자 보조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새방앗간은 올해 기쁜 소식도 생겼다. 올 6월 무계마을에 센터형 마을학교인 ‘무계행복학교’가 개관한다. 무계행복학교의 돌봄 프로그램과 청소년 자치 동아리 등 더욱더 이들의 그림자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다. 기쁜 소식이지만 무계마을교육공동체로서 책임감의 무게는 더 커졌다. 조 대표는 그 책임감의 무게를 이렇게 설명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사업이 아니라 삶입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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