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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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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탐방 (1) 경남행복마을학교

“마을학교의 관계 맺기가 세상을 바꿉니다”
주민과 함께 크는 ‘교육공동체’
폐교 활용해 도내 1호로 문 열어

  • 기사입력 : 2022-03-29 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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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처럼 온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경남의 행복교육지구가 올해부터는 전 시·군으로 확대 운영되면서 도내 어디에서든 학생과 마을주민들이 배움터를 조성할 수 있는 교육생태계가 가능해졌다. 행복교육지구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소통·협력해 공교육을 혁신하고 지역교육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교육청과 기초지자체가 협약으로 지정한 지역이다. 즉 교육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학교에만 한정하지 않고 배움의 공간을 마을로 확장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마을학교가 있다.

    지역민 스스로 지역의 아이를 키우는 마을학교는 △학생중심 마을학교 △지역중심 마을학교 △학교협력형 마을학교 △센터형 마을학교 4가지 형태로 나뉜다. 이 중 센터형 마을학교인 행복마을학교는 도내 마을학교와 마을교사들을 지원하기도 하는 거점 마을학교이다. 경남은 올해 3개소를 추가해 9개의 행복마을학교를 운영한다. 행복마을학교 중에서도 최초로 설립된 경남행복마을학교는 마을학교의 ‘어머니’ 격이다. 경남행복마을학교를 총괄하고 있는 박경화 센터장에게 경남의 마을학교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29일 경남행복마을학교 박경화 센터장이 고성교육지원청에서 이동식 체험 수업 차량인 카(Car)멜레온의 시범운영에 앞서 차량을 가리키고 있다./경남행복마을학교/
    29일 경남행복마을학교 박경화 센터장이 고성교육지원청에서 이동식 체험 수업 차량인 카(Car)멜레온의 시범운영에 앞서 차량을 가리키고 있다./경남행복마을학교/

    ◇배움의 선순환 이뤄져야= 박경화 센터장은 지난 2018년 4월 경남행복마을학교 개관 때부터 파견교사로 근무하다가 이듬해 퇴임 후 센터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경남의 마을학교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경남행복마을학교는 전국 최초로 폐교를 활용한 마을교육공동체 복합문화공간이다. 경남의 행복마을학교 1호이다 보니 이후 설립된 행복마을학교의 지원센터 역할뿐 아니라 도내 마을교사들에 다양한 형태의 연수 등 지원도 하고 있다.

    마을학교의 수업과 프로그램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로 열려 있다. 1호인 경남행복마을학교는 그래서 책임감의 무게가 클 수밖에 없었다. 경남행복마을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수업과 프로그램 등 콘텐츠는 다른 마을학교에서는 어떻게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보기가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마을학교의 초기부터 일궈온 박 센터장은 교육의 공공성 확장을 위해 마을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행복마을학교가 거점형 마을학교이지만 다른 마을학교들과 협력하는 관계로 봐야 한다”며 “지역사회의 학습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수업 콘텐츠를 앞서 선보이고 콘텐츠의 공급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마을학교의 수업 영역은 정말 다양하다. 그렇다면 수많은 마을학교의 수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박 센터장은 ‘교육의 선순환’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마을교육 공동체의 수업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수요자(학생)가 그 마을을 위해서 재능을 다시 내놓을 수 있도록 배움의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예컨대 제빵수업을 받은 학생이 마을과 학교를 위해 재능을 활용하거나, 목공기술을 배운 학생이 학교의 화단을 조성한다거나 밴드 동아리가 마을 축제에 나선다던가 하는 것들이다”고 설명했다. 배움은 바로 실생활과 접목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그러면서도 양적 실적주의를 경계했다. 그는 “마을 학교의 수업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수업과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돌리느냐가 능사는 아니다”며 “배움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본질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 센터장은 마을교사들에게 희망을 본다. 마을교사는 마을학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지역별 행복교육지원센터 또는 마을학교에서 학부모, 지역민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마을교사는 학부모들도 많아 자원봉사로 지도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현재 경남의 마을교사는 1500여명이 등록돼 있다.

    박 센터장은 “마을교사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스스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며 “지난해 경남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에도 이들의 영향이 컸고 지난 2월에는 경남마을교육공동체 협의회도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마을학교가 뿌리를 내리는 역할은 그 지역의 지역민인 마을교사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교사에 대해 ‘학교와 아이들, 마을을 연결짓는 마을 시민이다’고 정의했다.

    ◇마을학교의 관계 맺기= 그는 현재 카(Car)멜레온 운영 준비에 쉴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카멜레온은 경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제작한 이동식 체험 수업 차량으로 이달에 각 지역의 교육지원청마다 시범운영을 보인 후 4월부터는 경남 곳곳의 소규모 마을학교를 누빌 예정이다. 박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군 단위의 소규모 마을학교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업공간과 작업장, 영화관, 공연 등 다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멜레온이 농산어촌의 소규모 마을학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소규모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학교 운영 전체에도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남행복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있던 순간이 코로나19 속에서도 지난해 행복마을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던 것이라고 했다. 행복마을 오케스트라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75세 할아버지까지 세대를 뛰어넘은 오케스트라다. 박 센터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여러 활동이 막히다보니 답답한 마음이 너무 컸다.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오케스트라를 만들게 됐다”며 “매주 화,목마다 합주를 연습하는데, 그 화음을 들을 때면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박 센터장에게 마을학교에 대한 열정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지 않을까. 그런데 그가 마을학교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내세운 것은 의외로 열정이 아닌 ‘관계’였다. 그는 ‘관계 맺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마을학교의 관계 맺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관계 맺기는 사실 삶의 가장 큰 정수이죠. 일단은 친해져야 해요. 마을교사들은 오지랖형이 많다고 하죠. 그 열정은 좋지만 자칫 번아웃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먼저 자신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그 친절을 남에게도 베푸는 관계 맺기를 이어나간다면 마을이 바뀌고 세상도 바뀔 겁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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