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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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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탐방 (2)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학부모, 교육 수요자 아닌 교육 주체로”

  • 기사입력 : 2022-04-05 20: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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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부터 도내 전 시·군으로 확대 운영되는 경남 행복교육지구가 더욱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을학교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마을학교의 유형 중 학교협력형 마을학교는 학교와 마을교육공동체가 운영하는 마을 학교로 학부모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학교에서 학부모는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교육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사회의 일원이면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아는 지역 교육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학부모 모임에서 시작해 마을학교 운영을 이끌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이하 한들산들) 이순자 이사장에게 지역 사회에서 마을 학교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들산들은 온 마을을 배움터로 삼는 ‘봉림동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현장에 활용하기도 했다.

    ◇학부모 모임이 계기= 처음에는 학부모 모임이었다. 이순자 이사장에게 마을학교가 운명처럼 다가온 것은 학부모 모임이 계기가 됐다.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이순자 이사장이 봉림동 마을기후 캠프에서 학생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한들산들/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이순자 이사장이 봉림동 마을기후 캠프에서 학생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한들산들/

    이순자 이사장은 지난 2016년 당시 초등학생인 딸 아이의 학부모로서 창원 한들초등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그림책 읽어주기 동아리 활동을 했다. 그러던 이듬해 한들초가 학교협력형 마을학교에 선정되면서 마을학교 운영진을 모집했다.

    이 이사장은 “동아리를 같이 하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마을학교도 알림 겸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이 공감대를 이뤘다”며 “마을학교 운영진으로 참여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처음에는 품이 많이 들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운영진으로 활동하던 중 2018년께 더 큰 기회가 찾아왔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아파트 유휴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할수 있다는 소식에 학부모들과 의기투합해 2019년 2월께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을 창립했다. 협동조합 형태로 마을교육공동체를 운영하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자치회라던가 아파트 유휴공간을 활용한 각종 수업과 동아리 활동은 마을학교 운영을 보다 폭넓게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이 이사장은 “마을학교를 운영할수 있는 여건이 강화되니 책임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며 “지역의 자원을 활용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활동은 갈수록 더 늘어났다”고 했다.

    2016년 한들초 학부모 모임 계기
    이듬해 학교협력형 마을학교 선정

    2019년 의기투합해 ‘한들산들’ 창립
    아파트 유휴공간 활용 수업 등 활동

    2020년 ‘봉림동 마을교과서’ 발행
    마을 정체성 담아 교육현장에 활용

    이순자 이사장 “공교육 보완 충실
    마을학교 역할과 책임 다할 것”

    ◇마을이 교육의 자원= 평생학습센터 연계 등 다양한 기관과 협업을 하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도 더욱 강해졌다. 이 이사장에게는 마을 전체가 교육의 자원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마을이 자원인데, 마을 전체가 교과서가 될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봉림동 마을 교과서다. 이 이사장은 2019년 10월께 경남도의 도민참여 플랫폼 ‘경남1번가’를 통해 마을 교과서를 제안했고, 의제 선정을 끌어냈다. 이후 경남대링크사업단과 매칭돼 사업에 속도를 내게 됐고 한들초, 주민자치회, 평생학습센터, 마을교육공동체 등 실무자 중심으로 교과서 추진위가 꾸려져 2020년 말에는 드디어 봉림동 마을교과서를 발행하게 됐다.

    기존에 구 또는 시 지역을 소개한 관련 책자는 있어도 동 단위의 지역을 상세히 기술한 마을 교과서는 봉림동 마을교과서가 전국 최초이다. 봉림동 마을교과서는 한 권의 마을교과서와 5권의 마을탐방코스북으로 구성됐다.

    마을 교과서에는 봉림동 역사와 유적, 옛둘레길 등 마을 곳곳을 기록하며 한마디로 봉림동의 정체성을 담았다.

    학생들은 각 단원이 끝날 때마다 마을해설사와 함께 직접 현장 체험도 하며 마을 공부를 한다. 마을 교과서는 학교에서도 교재로 채택돼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타 지역에서 제작에 관한 문의가 쇄도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마을교과서는 왜 필요한 것일까. 이 이사장은 이렇게 역설한다.

    “아이들이 자라온 동네가 그들에겐 익숙한 환경이지만, 그냥 익숙함에만 머무르게 할 것은 아니죠. 그 장소에 대한 ‘앎’이 시작된다면 지역에 대한 애착이 커질 것이고 나아가 마을의 주민으로서 역할을 찾고, 시민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의 경계 허물다 = 한들산들 조합원은 총 21명으로 이 중 일부 후원자들을 제외하면 과반 이상이 마을교사로 등록돼 있다. 조합원들은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때로는 마을교사로도 활동한다.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이들은 또 대부분 학부모들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은 “조합원들은 급여를 받는 직업인이 아니다. 열정과 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며 “학부모들은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교육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마을학교가 공교육의 보완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의 교육은 관계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지식을 다루는 수업에 집중되어 있다. 체험형 수업도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학교에서 모든 체험형 수업을 두루 소화하기는 힘들다”며 “폭넓고 다양한 체험형 활동과 관계 맺기를 마을학교를 통해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들산들은 협력형 마을학교로서 학교와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이 이사장은 “마을학교 운영 초반에는 학교 선생님들을 대하기가 좀 서먹했었다. 하지만 신뢰관계가 쌓이고 같이 소통하는 선생님들이 늘어나면서 상호 교류가 보다 활발해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는 마을교사가 학교 선생님들의 학습모임에도 같이 참여하고 있다. 가령, 선생님이 학교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마을교사에게 문의하거나 역으로 마을교사가 학교 선생님에게 마을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학습 주제를 문의하기도 한다.

    한들산들은 마을교사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성인 대상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성인 대상 동아리 활동 등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다시 이들이 마을교사로서 동아리 활동을 이끌거나 수업에 임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는 환경 관련 프로그램도 점차 늘리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마을에서 서식하는 생물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마을 하천에 대한 생태 지도와 카드 등을 만들고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를 인식할 수 있는 마을 기후 캠프도 열고 있다.

    이 이사장은 마을학교 운영에 대해 두가지 키워드를 강조한다. ‘공동체’와 ‘주체성’이다.

    그는 “마을학교는 공동체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도록 돕는 것이다”며 “수업 또한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주체성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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