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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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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세설(細說)- 김흥구(행복한요양병원 부원장)

  • 기사입력 : 2021-11-08 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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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 흐름이 멎은 듯 가는 듯 오는 듯 제자리다. 낯선 곳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되자마자 시간은 정방폭포 낙숫물 마냥 휘리릭 떨어져 흩어진다. 한 달이 금방이다. 새벽 일찍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세시다. 평소와 달리 간밤에는 일찍 잠들었고, 숙면이 깊고 달았다. 운동이 약이다. 어제는 자전거로 5·16 도로 정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정원, ‘상효원’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서귀포 치유의 숲 건너편, 추억의 숲 길은 길이 고풍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게끔,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서귀포시 서홍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조상들의 삶을 기리는 뜻으로 길을 복원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은 제주 입도 11일 차다. 한라산을 오르는 날이다. 오랜만의 백록담 등반이다. 냉장고에 준비해 둔 방울토마토를 꺼내고, 오이도 먹기 좋게 잘라 통에 담았다. 비상식량인 에너지 바도 챙기고, 삶은 계란 세 알도 배낭에 넣었다. 오늘 하루 점심과 간식으로 일용할 양식이다. 아침 식사는 간단하다. 식탁 위에 마트에서 산 종갓집 포장 김치를 올리고, 마트에서 산 콩자반을 올렸다. 냄비에 적당량의 물을 붓고, 마트에서 산 누룽지를 넣어 보글보글 끓여 먹었다. 속이 편안하고 부담이 없다. 코로나는 한라산 탐방 모습도 바꾸었다. 산행을 위해서는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일일 성판악 코스 1000명, 관음사 코스 500명으로 제한한다. 차량은 버스나 택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성판악 주차장은 수용 차량이 78대다. 오전 5시 30분이면 만차다. 지각한 나는 제주 방향 10㎞ 아래 지점인 국제대학교 환승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택시를 타고 다시 올라오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매사는 준비가 반이고, 모름지기 모르면 배워야 한다고. 제주 생활은 참 단순하다. 또 담백하다. 깨끗한 환경에서 맑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조식으로 간편한 빵이나 누룽지를 끓여 먹는다. 또 설거지를 한다. 대충 계획한 그날 일정에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숙소가 한라산 자락이면 산간 도로를 따라 달리고, 숙소가 해안가이면 바닷길을 따라 달린다. 그냥 달려 본다. 머리가 시원하다. 또 다른 날은 걸으러 나간다. 신발 끈을 조여 매고, 한라산 둘레길도 걸어보고, 다랑쉬 오름도 올라보고, 해안길도 걸어본다. 그냥 걷는다. 당뇨 수치도 떨어진다. 오후에는 숙소에서 빨래를 한다. 그날 입은 옷은 대체로 그날 해결한다. 저녁 식사도 간편식이다.

    구좌읍은 오름의 왕국이다.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는 다랑쉬 오름에 서면, 크고 작은 많은 오름들이 백록담의 왕을 알현하는 모습으로 장엄하게 배열해 있다. 석양 녘이 장관이다. 구좌읍은 해안선 경관도 빼어나다. 제주 입도 15일 차인 오늘은 구좌읍 돌아보기다. 세화리에서 출발하여 하도리 해안길을 걷고, 종달리 파도 길을 거쳐 성산 일출봉까지 걸었다. 일정 내내 바람에 묻어오는 갯내음과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동행했다. 제주말 불턱은 그 표현이 재미있다. 불턱은 해녀의 공간이다. 불턱은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이고, 물질 중에 휴식하는 쉼터이고, 어장의 정보를 알려주는 교육장이다. 불턱은 차가운 바닷물과 거친 파도와 강한 바람에 “호오이” 숨비소리 내며 힘겹게 살아온, 잠녀(潛女)들의 생활 터전이다. “잠녀여! 잠녀여! 그대는 비록 즐겁다지만, 나는 슬프구나” 몽상가의 서사시가 애잔하다. 섬에도 대장동 소식이 들려온다. 대장동은 데자뷔 일까. 확신에 찬 전직 그분의 명연설이 뇌리에 선명하다. “다스가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전직이신 그분은 사면을 기다리며 아직 수감 중이다. 역사는 돌고 또 도는 것일까. 세설의 우리말 표현은 별 뜻이 없거나, 별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재잘재잘대거나 조잘조잘거리는 그 언저리가 될 성싶다. 입이 얼얼하다.

    김흥구(행복한요양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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