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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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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강나루터와 기다림- 안덕환(마산대 융합전자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10-27 20: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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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햇살이 강물에 찰랑인다. 바람에 날려온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물결에 떠밀려가며 춤을 추듯이 수천년 동안 도도한 흐름을 이어가는 낙동강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고 교통수단이었다.

    내 고향은 한때 국제신공항부지 선정으로 떠들썩했던 밀양 신공항부지 제일 끝자락이다. 거기서 제방둑을 따라서 약 2.5㎞ 정도 가면 낙동강과 밀양강이 만나는 곳에,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낙동나루터가 오랫동안 존재했었다. 지금도 2주에 한번 정도 자주 들르는 곳이다. 강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기다림을 먼저 배운 것 같다. 나룻배를 이용해야 하는 생활은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만 되면 부산 큰아버님 댁에 가려면 교통환경상 낙동나루터를 이용해 낙동역 아니면 삼랑진역에서 기차를 이용한 기억이 있다. 혼자서 건널 수 없는 곳이 강나루다. 길손들이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하나둘 모여 최소 20명 정도 돼야 사공이 배를 출발시킨다. 운이 없으면 강 건너에 배가 있으면 1~2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다. 기다리면서 이웃동네의 생활상을 서로 얘기하며 정보교환의 장이 되었던 정겨운 생활상으로 기억된다. 현재는 강 건너 그 나루터는 낙동강메기탕 식당으로 변해서 낙동강 종주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아주 인기 있는 곳으로 재탄생되어 있다.

    현대 산업사회는 너무나 복잡하고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체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욱더 노력하고 시간을 아껴서 생활해야만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을 너무 조급하게 해나가다 보면 간혹 엄청난 실수를 범할 때도 있는 법이다. 살아감은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느 것 하나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고, 시간을 두고 여유를 부려야 결과가 나온다. 작은 것부터, 기다림은 우리생활에서 길든 짧든 여유를 준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많은 사고는 3초 만의 여유로 많이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한순간의 여유는 어려움을 이기고 일상으로 되돌리는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지나온 삶을 경험으로 앞으로는 강나루터의 기다림과 같이 조금이나마 기다림의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 싶다.

    안덕환(마산대 융합전자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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