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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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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소외 속에 살아가는 미혼모 (상) 새 생명 위해 선택한 또다른 삶

세상과 홀로 싸우는 나는 ‘엄마’입니다
육아 부담으로 구직 힘들어 생활고
지원받으려면 가난 증명해야 하고

  • 기사입력 : 2021-05-10 20: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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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혼모 가정에게는 육아와 생계의 벽이 유난히 높다. ‘생명’을 위해 출산이라는 힘든 결정을 내리고, 자녀가 태어난 이후 아버지의 빈자리를 홀로 메워줘야 하는 모든 시간들이 고난의 연속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교육 시스템의 변화로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미혼모 가정은 더욱 소외되고 있다. 본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도내 미혼모 가정이 겪는 고충 및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해결책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최미영(40대·가명)씨는 아들 최준수(14·가명)군을 14년간 혼자 키워낸 미혼모다. 그는 현재 지자체 지원과 경남 한부모가족 지원센터를 적극 활용해 지역의 한 복지센터에서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다. 아들 준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동센터에서 방과후 수업을 받고 있다. 또 하루도 빠짐없이 태권도 학원에 다니며 어느덧 태권도 4단 승급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미영씨는 최근 저렴한 가격에 차량 1대를 구입했다. 10일에도 미영씨는 준수를 태우고 등교시킨 후 출근길에 올랐다.

    미영씨는 14년 전 낙태를 권유한 애인과 헤어지고 아이를 홀로 키우기로 결심했다. 어려운 생계 속에서도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출산 이후의 삶은 전쟁 같았다. 곰팡이가 가득한 단칸방에서 살다 보니 1살 아이는 폐렴에 걸려 생활고는 더욱 심각해졌다. 차상위계층으로 지원받은 돈은 월 10만원에 불과했다. 가족들조차 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미영씨는 기존에 하던 과일 장사를 그만두고 카센터, 주유소, 세차장 등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만 했다.

    미혼모를 좋지 않게 보는 사회 인식과는 맞서 싸웠다. 초기에는 미영씨 스스로 미혼모가 된 것을 주변에서 손가락질하고 눈치를 주고 있다고 느껴 걸을 때도 땅만 쳐다봤다. 준수도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미영씨는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이겨내지 못하겠다고 느꼈다. ‘내가 잘못한 게 없으니 떳떳하게 주장하면 바뀌겠다’고 생각하며 편견을 가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사과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자 준수도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미영씨는 “미혼모는 육아 부담 등으로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도 “미혼모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제도가 있으니 꼭 ‘엄마’로서의 삶만이 아니라 ‘여자’, ‘사람’으로서의 시간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경남지역 미혼모는 총 1631명(미혼부 436명)이다. 이 중 10·20대 미혼모는 285명(17.5%)에 달한다. 모든 미혼모가 힘든 상황에 처하진 않았지만 많은 미혼모가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으며 생활하고 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6세 딸과 2세 아들을 둔 정수희(20대·가명)씨와 2세 아들을 둔 박희란(20대·가명)씨는 친구 사이다. 이들은 그동안 경남 한부모가족 지원센터를 통해 보육교사, 바리스타 자격증을, 최근에는 취업 상담패키지를 통해 정보기술자격(ITQ) 마스터 자격증을 획득해 관련 구직 활동에 나서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과 미혼모란 이유 때문에 취직이 쉽지만은 않다. 면접관에게 ‘아기를 혼자 키우는데 아기가 아프면 일을 나올 것인가’ 등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수희씨는 “어린이집에서 부모님 집과 차를 묻는 등 차별이 만연해져 있다”며 “미혼모 가정도 일반적인 가정과 같다. 모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을 다닌다. 경제적으로 부족하다고 해서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부모 가족인 이승희(30대·여·가명)씨는 딸 소혜(10·가명)양과 살고 있는 미혼모다. 부모님은 출산 직후 갈등을 겪다 부양 포기각서를 작성하면서 연이 끊겼다. 그의 생계비는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지원, 장애 수당 등 총 100여만원이 전부다. 기존에 지급되던 돌봄 간식도 코로나19 이후 뚝 끊긴 상태다.

    승희씨는 생활비 부족을 해결하고 싶지만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 지원금은 일정 금액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면 지원이 끊기는데, 일을 많이 할수록 지원금이 줄어 총 수입은 변화가 없고 오히려 아이를 돌볼 시간만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는 중위소득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급여종류가 달라진다. 미혼모 가족(2인)을 기준으로 하면, 월 수익이 92만6242원(중위소득 30%) 이하여야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저소득 한 부모가족 아동 양육비(월 30만원)도 마찬가지로 월 수익이 156만원(중위소득 52%) 이하여야 지원받을 수 있다. 결국 미혼모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이런 상황이 미혼모들이 가난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승희씨는 “형태만 다를 뿐 우리도 하나의 가족이다”며 “미혼모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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