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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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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나만의 향기 나는 결혼식 - 김태문 (김해시 시민복지국장)

  • 기사입력 : 2021-04-27 21: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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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위 화려한 조명 속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의 춤사위, 웨딩로드를 따라 세레나데를 부르며 등장하는 남자, 그 뒤를 따르는 백댄서들의 다소 어설픈 군무, 이름 없는 한편의 뮤지컬이 펼쳐진다. 어느 신부가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직접 연출한 뮤지컬 공연의 주인공이 되어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낄 새도 없이 한바탕 즐거운 소동을 벌인다. 최근 BIZ컨벤션에서 있었던 결혼식의 한 장면이다.

    BIZ컨벤션은 청년들의 비용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결혼식을 꾸며갈 수 있도록 김해시가 작년 10월에 만든 웨딩홀이다. 일가친척이 많지 않다고 한 몇 커플들은 뷔페 의무 이용이 없다는 것에 반가운 반응들이다. 그들은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로 결혼식을 채워 나갔다. 하객들의 덕담과 시 낭송, 참석하지 못한 지인들의 축하 영상 메시지가 주례사를 대신했다. 5월엔 코로나 시대에 꼭 맞는 결혼식도 예정되어 있다. 참석할 수 없는 지인들에게 SNS로 결혼식 생중계를 준비하는 커플이다. 중계 장비 설치와 진행에 시간적으로 쉽지 않은 방법이다. 체형이 남달라 몸에 맞는 드레스를 구하지 못해 결혼식을 포기하려던 사연도 있었다. 불안하고 의기소침한 날들을 보낸 신부는 결혼식 날 거울에 비친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지난 몇 달간 드레스를 구하지 못해 상처받은 마음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끈으로 드레스를 묶을 수 없었던 곳에 한 뼘보다 더 넓고 긴 하얀 드레스 색 옷감을 덧대어 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다 보니 결혼식 날 사진 찍은 것 말고는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고 아쉬운 기억들을 털어놓는다.

    BIZ컨벤션은 정해진 틀을 거부하고 가족 형태에 따라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결혼식을 가지려는 청춘시민들의 마음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그곳엔 뮤지컬이나 시낭송 결혼식, SNS생중계 결혼식, 온 가족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가족 오락관 결혼식 등 개성 발랄한 결혼식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들에게 많은 날이 지나고 마음 지쳐갈 때 그날의 기억들이 다시 찾아와 생각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BIZ컨벤션은 그렇게 사람의 향기로 채워져 가고 있다.

    김태문 (김해시 시민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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