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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1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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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73) 학귀탐본(學貴探本)

- 학문에 있어서 기본을 탐구하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 기사입력 : 2021-03-30 0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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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같은 사실을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가 이야기하면, 전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믿는다. 그러나 조그만 나라의 이름 없는 대학의 교수가 이야기하면 아무도 관심이 없다. 어떤 경우에는 하버드 대학의 교수의 의견이 틀리고 이름 없는 대학의 교수가 맞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하버드 대학 교수의 말을 믿으려고 한다. 같은 말이나 주장이라도 지위가 미미하면 말도 무게가 없게 된다.

    며칠 전 서울대 국문과 교수를 지내고 학술원 회원으로 있는 분이 인터뷰한 내용이 어떤 일간지에 실렸다. 그 가운데 이런 말이 있었다. “한문 공부를 사서삼경(四書三經)부터 시작하는 것은 등산 초보자에게 에베레스트산에 올라가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분은 사서삼경 대신 “한문 공부에 도움이 될 짧고 깊은 글을 뽑아 해설한 책을 읽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결론부터 밝히면, 이런 주장은 두 가지 다 맞지 않아 한문 공부를 크게 오도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문 공부하면 절대 안 된다. 반드시 한문 공부에 기본 되는 책 즉 사서삼경을 숙독해야 한다. 번역이나 해설이 딸린 책을 보고 공부하면 안 되고, 자기 힘으로 문장을 분석해 나가면서 읽어야 한다.

    이 분의 명성이나 영향력 때문에 한문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오도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시골에서 10세 때부터 한문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고등학교 때는 웬만한 한문 서적을 읽을 수 있었다. 서당에서 한문을 배운 것이 아니고, 거의 독학으로 공부했다. 주로 읽는 책은 한시, 명문장, 한문소설 등 한문 가운데서 재미있는 책들이었다.

    주변의 한학자들이 “한문공부는 공자(孔子), 맹자(孟子), 정자(程子), 주자(朱子)의 학문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필자는 마음 속으로 “케케묵은 이야기 하고 계시네. 20세기에 공자 맹자가 왜 필요해?”라고 반감을 갖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서삼경을 읽지 않고는 한문 공부가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 한문 책 여기저기 사서삼경에서 인용한 문구가 나왔다. 또 유학의 전반적인 체재를 알지 못하면, 우리나라 학문이나 사상의 흐름이나 특징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나마 큰 다행이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문장을 분석해 왜 이런 해석이 나오는지 그 이유까지 안 뒤에 넘어갔다.

    만약 사서삼경 등 기본 되는 경전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곳곳에서 막혀서 한문 실력이 발전이 없다. 또 번역본의 도움을 받아 한문을 해석하면 영원히 자신의 분석력이 증가하지 않아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래서 한문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사서삼경을 숙독해야 한다. 아울러 옛날 학자들이 많이 읽고 인용한 소학(小學), 근사록(近思錄), 통감(通鑑), 고문진보(古文眞寶) 등도 꼭 읽어야 한다.

    한문 전공자로서 한문의 저변 확대에 책임을 느껴, 한문 공부하는 사람을 오도할 수 있는 말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 學 : 배울 학.

    * 貴 : 귀할 귀·귀하게 여길 귀.

    * 探 : 더듬을 탐. * 本 : 근본 본.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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